부동산 대신 금투상품…불황 속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2025-04-17 15:29:5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안정 추구형 투자↑…선호도 '예금-금-채권-ETF·주식' 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 기준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시중유동자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 양상도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투자에 대한 기상도도 바뀌고 있다.
실사투자에 대한 우리나라 부유층은 올해 '부동산' 대신 '금융투자상품'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일종의 '불황형 투자'가 우리 경제에 드리우면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부동산 투자 대신 금융상품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전통적인 방법에 변화가 일고 있다.
17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884명)의 부자 대다수는 올해 실물·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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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 기준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시중유동자금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부유층은 올해 '부동산' 대신 '금융투자상품'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일종의 '불황형 투자'가 우리 경제에 드리우면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부동산 투자 대신 금융상품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투자하더라도 안정형·저위험…리스크 최소화 집중"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거듭 인하하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2% 바닥을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자들은 오랜 자산 증식 수단이던 '부동산' 대신 '예금 등 금융투자'를 택했다. 조정 의향이 있더라도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부자가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 연구소가 부자들의 투자성향을 살펴본 결과, '은행 예금'이 40.4%로 가장 높았고 불황형 상품의 대표 격인 '금'이 32.2%로 뒤를 이었다. 또 금리인하 시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투자'가 32.0%에 달했는데, 아직 채권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부자들도 '새롭게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응답이 타 상품보다 높았다.
이와 함께 지수를 추종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관리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29.2%를 기록해 '주식' 29.0%보다 높았다. 특히 투자의향이 높은 상품은 '안정형·저위험'으로 고루 분포됐는데 연구소 측은 부자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수익실현 기대감은 한층 잦아들었다. 올해 부자의 부동산 매수의향은 44%로 전년 50% 대비 하락한 반면 매도 의향은 34%로 전년 31%보다 소폭 상승했다. 연구소는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다음 기회를 탐색하거나, 부동산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의향이 높았던 만큼 금융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부자들도 가상자산 신뢰…투자자 절반 이상 '투자지속'
투기성 자산으로 분류되던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미래 투자에 대한 패턴이 불확실성 시대의 투자 성향을 바뀌게 하고 있다
연구소가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중부유층'과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부유층의 3분의 1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다'로 확인됐다.
투자자의 34%는 4종 이상 코인을 보유해 과거보다 보유 코인 수가 늘었다. 목돈을 한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도 높아졌으며 가상자산에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부유층의 비율도 70%를 넘어섰다. 평균 투자액은 과거 투자자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자산시장의 부추김이 있지만 부자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5~6명은 '올해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도'는 3명, '투자의향이 없다'는 1명에 그쳤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전히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가상자산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고 평가하면서도 "부자는 투자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잘 아는 영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컸다"고 여지를 남겼다.
40대 이하 영리치도 '부동산 영끌' 대신 '금융투자'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40대 이하 부유층인 '영리치'의 움직임이다. 영리치도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투자' 대신 주식 등의 '금융투자'를 택한 게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 거래 고객을 연령과 자산규모별로 분류한 결과 영리치는 금융자산의 42%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었는데 레버리지를 활용해서라도 투자하려는 의지가 상당했다.
영리치는 주식투자 시점도 50대 이상의 부유층인 '올드리치'보다 훨씬 빨랐다. 영리치의 25%가 '미성년~취업 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올드리치 5%를 크게 웃돈다. 영리치는 주식을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유동적 투자상품'이 아닌, 투자금을 모은 후 본격 투자하기 위해 선택하는 '필수 투자상품'으로 여겼다. 이는 투자 경기가 호황일 때 가족 권유 등으로 주식을 접하는 올드리치와 대비되는 행보다.
영리치가 눈여겨보는 투자상품은 '해외주식'이었다. 영리치 10명 중 8명이 주식을 보유했는데, 국내외 투자비중이 70 대 30으로 해외주식 비중이 높았다. 올해는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는 주식 외에도 금, 예술품 등 실물자산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투자자산으로서 예술작품과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에 달했다. 금융자산 중 가상자산 보유비중도 29%에 달했다.
황선경 연구위원은 "부자들의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영리치가 있다"며 "앞으로도 영리치는 똑똑하게 환경을 읽어내고 확고한 자기 신념에 기반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시켜 나가며 부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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