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는 사흘 내내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예비비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흘렀다.

예비비는 정부가 재량으로 편성·집행한 뒤 다음 연도 5월 말까지 국회의 승인을 받는다.

정부 측은 이런 점을 들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정부가 자료를 공개한 사례를 들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국회에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 3.0'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원 예비비, 역외소득 자진신고 관련 예비비 자료가 공개돼 있다"며 "전례가 없다던 최 부총리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고한 게 아니냐. 국회를 능멸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세월호 참사 관련 89억원의 예비비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당일 정부는 세부 내역을 공개했고, 메르스 관련 예비비도 기재부가 보도자료까지 냈다"며 "총리와 부총리가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런 발언을 이어받아 "어제 예결위 속기록을 보면 총리는 '그동안 예비비에 대해서 사전에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고 따졌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예비비 내역을 공개한 몇몇 사례는 정부가 관련 절차법에 따라 행정정보의 공개 필요성을 따져 판단한 것이며, 국회의 제출 요구에 응해 자료를 제공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야당이) 몇 가지 사례를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예비비 관련해선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국민한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 임의적으로 (공개)하는 부분 이외에 행정부와 국회 관계에서 자료요구 형태로는 한번도 국회에 제출한 적 없다"며 "거짓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에서 (예비비 자료)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에 재정 당국 입장에선 그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면서도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에서 자율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자료 협조를 할지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일부 제공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종합정책질의 마지막날인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의원 8명이 번갈아 가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등 예비비 자료 제출과 관련한 공방이 계속된 끝에 이날 오전 회의는 1시간 반 만에 정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