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전자가 주주친화적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다른 기업으로 자사주 매입이 확산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월 6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연간 2조원 내외 수준이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작년 3조5000억원에서 올해 4조3000억원(삼성전자 1차 자사주 매입 포함시 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날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1차로 내년 1월 말까지 4조1800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223만주·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벌써 이달에만 삼성화재(발행주식수 대비 3.50%), 삼성증권(3.21%), 네이버(1.00%), 한화생명(7.50%) 등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이처럼 실적 시즌을 맞아 기업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는 데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당해 기업소득의 80% 중 배당, 투자, 임금상승분을 제외한 금액에 10% 세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오는 2017년까지 시행된다. 자사주를 취득해 1개월 내로 소각하는 경우도 배당금으로 인정해준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은 일단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수의 기업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자사주 매입 증가가 2017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배당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다른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공시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기업 이익의 눈높이가 낮춰지는데다 매크로 변수도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영구적인 현금 유출인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회사 여건에 따라 자사주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경영권 방어·승계 등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41.7%로, 삼성그룹(53.6%)보다 낮다.

김영환 연구원은 "이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그룹사들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주식자산 승계율이 낮은 그룹 계열사와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종목의 자사주 매입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