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롯데그룹이 최근 진행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롯데알미늄 보유 지분을 호텔롯데에 자산가치보다 40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넘겨 헐값 매각 의혹이 일고 있다.

헐값 매각으로 국내 상장사인 롯데쇼핑인 주주인 국내 투자자에는 손실을 입히고 호텔롯데를 보유한 일본 주주에는 이익을 넘겨준다는 설명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는 일본의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각각 94.5%와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로의 롯데알미늄 지분 이전이 롯데쇼핑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일본 주주들에게 과도한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이는 이유다.

1일 금융감독원과 재벌닷컴,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달 27일 보유하던 롯데알미늄 주식 12만5016주를 호텔롯데에 장외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총 839억9900만원으로 주당 67만1907원이다. 이는 그러나 장부상 가격보다 2만원 이상 싼 것이다. 지난 6월 말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의 반기보고서에는 롯데알미늄 주식가치가 주당 69만9303원으로 산정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롯데알미늄 주식 매각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30% 이상 저평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 롯데알미늄의 순자산가치인 1조665억4800만원을 발행주식수(103만7840주)로 나눈 주당 가치는 102만7662원에 달한다. 이번 매각가에 견줘 주당 30여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롯데쇼핑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롯데알미늄 주식을 넘겼다면 그 금액은 1285억원에 달해 이번 매각액보다 약 445억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특수관계자 간 거래라고 해도 최근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계열사에 양도한 것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회계사)은 "롯데알미늄이 손실이 나는 것도 아니고 영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며 "롯데쇼핑과 같은 상장사가 보유 자산을 싸게 양도한 것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롯데가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석연치 않은 가격 산정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호텔롯데의 가치를 높이려고 상장 계열사의 주식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롯데알미늄 주식을 호텔롯데에 넘긴 것은 최근 순환출자 해소와는 연관성이 낮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 가격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 산정한 만큼 적정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그룹 전체의 순환 출자 고리를 푸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롯데쇼핑이 보유하던 지분을 호텔롯데에 파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많은 고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