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경제계 '비즈니스 서밋'…제조업·첨단산업 협력 강화 절실 '공감대'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한국과 중국, 일본 기업의 교류와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그간 정체 상태에 빠졌던 3국간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아 세계 경기 침체와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중일 3국을 하나로 묶으면 EU, NAFTA를 압도하는 세계 3대 경제권이 된다. 3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6조9000억달러로 전세계 GDP의 22.8%를 차지한다. 인구는 15억4000만명으로 19.9%에 이른다.
|
|
|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경단련,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일중 3개국 대표 기업인, 정부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했다. |
현재 3국의 역내 교역 비중은 EU(67%)와 NAFTA(40%)에 한참 못 미치고 있으나, 3국의 교역·투자를 활성화해 하나의 내수시장을 만들자는 게 3국 정상들의 구상이다. 이에 3국 정상들은 우선 한중일 FTA와 중국 주도의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활용해 경제통합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자는 데 입을 모았다.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을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이날 한중일 경제계 대표들은 '비즈니스 서밋'을 열어 저성장 시대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3국 기업들은 과잉생산으로 출혈 경쟁을 하는 업종에 대한 새로운 협력 체제를 마련하는 동시에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분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일본 경단련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중일 정상회담과 연계해 열린 '제5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동북아 3국의 공존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한중일 기업 간 협력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비즈니스 서밋에는 3국의 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중일 재계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협력하기보다는 치열한 경쟁 상대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한중일 정상이 공동으로 축사를 하는 등 상호 대립으로 일관됐던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국 측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장쩡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 회장, 장궈파 중국해운 총경리, 동자성 북경왕푸징백화점 총재, 우샤오휘 안방보험 회장, 쑨지옹 알리바바 부총재이 함께 자리했다.
일본측에서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경단련 회장, 이와사 히로미치 미쓰이부동산 회장, 우치야마다 타케시 도요타자동차 회장, 기무라 야스시 JX홀딩스 회장,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증권 회장 등이 참석하는 등 한중일 재계 인사 총 40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 전경련, 중국 국제무역촉진위, 일본 경단련은 3국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날 경제계 간 협력과 교류 증진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한중일이 과잉생산을 통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업을 해야 하며 3국 간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민간주도 전자상거래분야 발전방안, 3국간 제도·표준 등 규범 논의, 협회 간 교류 협력 강화 및 공동연구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무역·투자와 관련된 정보 교환, 경제투자 및 산업협력 증진, 경제사절단 파견 시 상호협력 등에서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
|
|
▲ 1일 열린 '제5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날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그동안 3국은 제조업 중심의 분업구조를 통해 서로 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3국의 협력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과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은 3국간 교역과 투자의 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야마다 도요타 회장은 "일본이 정부 및 경제계가 힘을 합쳐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방법이 한국과 중국에도 참고되는 혁신이 될 것"이라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를 늘리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민간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산학 및 관민 연계를 통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과정에서 한국 연구기관, 대학 등이 같이 참여할 수 있다면 한중일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자성 왕푸징 백화점 회장은 "중국은 막대한 소비시장으로 향후 5년 정도 지나면 전체 유통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이렇게 막대한 소비 시장을 놓고 볼 때 한중일 3국 유통 기업에 큰 발전 가능성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왕푸징 백화점에는 한국과 일본 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으며 한일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이랜드,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열린 리커창 중국 총리와 우리나라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에서도 양국 기업간 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리커창 총리는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 한국이 손을 잡고 혁신해 나가면 양국 경제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중·한 기업이 협력하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제3국의 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중 FTA가 양국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을 통한 협력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