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기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모두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수출이 위축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 대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은 이달 초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1.7%, 2.0%)에서 각각 0.7%, 0.8%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보다 1.0%포인트(p), 1.2%p 크게 낮춰 잡았다. 이들 기관의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1.0%), 한국은행(1.5%), 한국개발연구원(KDI·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보다 낮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고강도 관세정책 여파로 국내 수출기업이 위축되는 등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9%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하는 등 부진이 심화했다.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가 늦어지면서 소비심리는 장기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경영 여건 악화와 함께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등 가계의 소득 여건도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투자는 지난 2022~2023년 수주 부진 영향이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며 작년 대비 5.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금리 인하와 공사비 인상률 둔화로 건설수주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그 수준은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0.3%로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0.9%, 설비투자 증가율을 1.2%, 건설투자 증가율을 –6.1%로 전망하며, "소비와 투자의 내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선행지표의 뚜렷한 반등 신호를 포착할 수 없다"며 "향후 트럼프 관세 인상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수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불황이 만 1년이나 지속 중인 상황임에도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에 긍정적 시각을 갖기 어렵다"고도 했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경제가 수출·내수 동반 침체로 '절대 수요 부족' 국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기업 실적 악화→고용 시장 냉각→소비 침체→시장 수요 위축→기업 실적 악화'라는 경기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가 불황 국면에서 탈출하는 전형적인 경로는 수출 경기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올해 교역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수출의 경제 성장 견인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4.0%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1%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이다.

연구원은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한국경제가 0%대 초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예상치 못한 대내외 경제충격이 발생할 경우, 1분기에 이어 역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