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전경/사진=거래소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자본시장법과 마찬가지로 부칙에 거래소 지주사 전환 시 '그 본점을 부산에 둔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거래소가 이제 공공기관마저 벗어난 마당에 기업의 본사의 위치를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융산업이나 국가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논리로 거래소의 본사를 부산으로 법률로까지 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진복 새누리당(부산 동래구)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관련 법안 부칙 제2조는 거래소가 거래소지주회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기업을 포함해 회사 본사의 위치를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본점의 소재지’는 정관기재 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지난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부칙에서도 거래소의 본사는 부산에 두도록 규정한 바 있다. 현재도 거래소의 경영지원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는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거래소의 본사가 부산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호남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두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부산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선물거래소 부산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이후 김 전 대통령은 공약대로 1999년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설립했다. 2005년 선물거래소가 증권거래소와 합병하면서 탄생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의 본사도 부산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울시 측은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된 뒤 자회사가 하나둘 부산으로 떠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갈은주 서울시 주무관은 “정관기재 사항인 본사 위치를 법률에 규정한 것이 과도할 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주주권 침해우려도 있어 법률심사 기간에 반대의견을 냈다”며 “코스피, 코스닥 등 자회사가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을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경민 의원은 “세계적으로 거래소가 나눠지는 건 유례가 없는 사례다. 부산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국가와 금융산업의 발전이 먼저”라며 “우리나라에 부산만 있는 것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진복 의원 관계자는 “지난 2005년 거래소 통합 당시 본점은 부산에 둔다는 사회적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 당시 여러 가지 합의사항이 남아 있었지만 남아있는 것은 이 것 뿐으로 부산시민단체 등에서는 거래소 껍데기만 부산에 내려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본점을 그대로 부산에 유지하겠다는 것일 뿐인데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당시 사회적 합의를 폐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되더라도 현재와 크게 지역적인 위치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재훈 금융위 사무관은 “부산이 지역구인 이 의원이 대표발의 하면서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본사를 부산에 둔다'를 문구를 다시 넣은 것 같고 내심으로는 부산에 거래소가 추가로 내려오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며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된다고 해도 현재 위치를 크게 바꿀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