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강화를 위한 로드맵...알고보니 '소비자' 만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유도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출시토록 해 소비자의 보험상품 선택권을 제고시키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선택장애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4일 보험관련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소비자 입장보다는 보험사 입장의 대변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 보험업계의 경쟁력을 위한 로드맵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보험 상품 선택을 어렵게 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SBS캡쳐

최근 금융위는 보험시장의 자율화,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17년말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의 두드러지는 핵심은 보험업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현행 금융감독원의 인가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험상품 사전신고제가 폐지되고 보험 상품 개발이후 사후 보고제로 전환된다. 다만 의무보험이나 새로운 위험보장 상품을 개발하는 경우만 사전신고를 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비슷한 상품, 소위 '붕어빵'식 보험상품이 줄어들고 다양한 보험상품이 개발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보험상품이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한경쟁 시장에 돌입 되면 자칫 경쟁에 따른 무분별한 상품 개발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 전문가는 "보험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상품은 대략 6개월 이내에 다른 보험사에서도 비슷하게 출시된다"며 "베끼기가 강하다. 앞으로 사후보고제로 변경되면 비슷한 상품이 더 쉽게 시장에 출시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보험상품 가입시 큰 차이점을 알지 못한채 가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국내에서 종신보험은 외국계 보험사가 먼저 판매했다. 이후 국내 보험사들도 종신보험을 개발하고 출시했다. 다만 일반 종신보험이 아닌 건강종신보험, 연금전환종신보험 등 변경해 지금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다양한 상품 제고를 위해 폐지되는 표준약관제도는 오히려 보험상품을 더 복잡하게 하고 보험사만 유리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하게끔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다른 한 보험 전문가는 "보험상품은 복잡하고 다양해서 약관을 여러번 읽어도 알기 힘들다"며 "여기에 표준약관까지 폐지하면 일부러 더 어렵게 상품을 만들 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의 선택 영역을 넓히는게 아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일부 상품에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이 필요이상으로 규제를 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