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과도한 범법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원칙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국회는 너무도 쉽게 범죄를 규정하고, 이를 징벌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입법행태를 보임으로써 ‘과잉범죄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화된 중요 형사법적 사건이 있을 때에만 유독 유사법안이 밀려드는 것 역시 국회의원들의 인기영합 포퓰리즘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2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제8차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를 열어 포퓰리즘이 만들어내는 과잉범죄화의 실태에 대해 논의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류여해 수원대 법정대학 겸임교수가 발표했다. 패널로는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의 황성욱 변호사와 전동욱 변호사가 토론을 벌였다. 아래 글은 황성욱 변호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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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욱 변호사(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
법정형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 성범죄관련 형의 불균형을 중심으로 -
1. 발제문의 문제제기에 대한 감상
류여해 교수님이 발제한 범죄유발성 형법은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에 기인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캣 맘(Cat mom) 사건’을 통하여 동물보호법과 관련한 우리 법체계의 모순과 과잉범죄, 특별법의 난립에 대한 지적은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짚고 있다고 볼 것이다. 동물보호법이란 구체적인 쟁점을 적시하였다고 하여 이 영역에만 문제된다고 보면 안 된다. 이 문제를 다른 영역에 대입해서 고찰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포퓰리즘과 과잉형법은 바로 전 영역에서 이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포퓰리즘 입법에 기인한 과잉형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사인(私人)간의 민사사건은 대부분 민법의 손해배상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법정에서 변론주의와 처분권주의와 결합되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해결되기 때문에, 사법체계만 잘 갖춰진다면 크게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은 문제가 달라진다. 형사사건은 그 자체로, 수사기관이라는 국가권력이 개입되는 것이고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국가권력은 최소한으로 개인의 권리는 최대한’이라는 명제와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 실무관행과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어떤 조문으로 기소를 하는 지 여부는 검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발제문에서 문제 삼은 동물보호법으로 예를 들자면, 어떤 이가 타인의 개를 죽였을 때, 이것을 형법의 손괴죄로 기소를 할 것인지, 아니면 동물보호법으로 기소를 할 것인지는 순연히 검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1) 실제로 토론자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 분명히 가해자가 몽둥이를 들고 폭행, 상해를 했음에도 검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하지 않고 ‘형법상 상해’로 기소를 하였다. 특별법상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검사의 고충이지만, 결국 일관적이고 통일적인 기소보다는 개인의 법철학과 인격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기소편의주의2)가 장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특별법과 중복법률이 체계없이 만들어질 경우, 기소편의주의의 단점이 점점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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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는다 하더라도, 범죄의 행위태양과 헌법을 기치로 한 법체계의 정비없이 함부로 입법을 한다면 모순의 악순환에 빠진다. 치료감호 중 도주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연쇄 성폭행범 김선용(33)씨가 지난 9월 23일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사진=채널A 방송영상 캡처 |
2. 성폭력처벌에관한특례법(‘이하 성특법’)과 형법
가. 똥침판결
얼마 전에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똥침판결을 보자.
60대의 건물미화인이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물장난을 하는 여아(女兒)(만7세)에게 똥침을 놓고, 배를 같은 방식으로 찔렀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성특법으로 기소를 했는데, 1심에서는 피해아동이 싫다고 표시는 했지만, 환경미화원이 장난으로 자기에게 그런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함으로 인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여자 신체구조의 특징과 “싫다”라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하였다.
일반인들은 집행유예를 받으면 일단 교도소로 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무죄와 같은 효과로 인식하지만, 이것을 경한 형으로만 볼 수는 없다.3) 형량을 보면 법원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데, 성특법 제7조는 만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30년까지4)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중한 죄에 해당한다. 만일 검사가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기소를 했다면, 형법 제298조(강제추행)가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1월 이상 10년 이하인 상대적으로 경한 형으로 선고할 수 있게 된다.5)
이러한 법조문을 보면 법률가로서 위 똥침사건의 1심과 2심 법원의 시각 차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6), 1심은 형이 중하다보니, 추행의 범위를 가급적 좁게 해석하려는 시각을 갖게 되어 무죄를 선고했다 볼 수 있고 유죄를 인정한 2심에서도 형의 중함을 고려하여 형량의 최소한인 5년을 선고형으로 정하고 거기에 작량감경7)을 통해 2년 6개월을 처단형으로 정한 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 사건에서 성특법과 형법을 비교해보면, 단기는 4년 11개월의 차이가 나고 장기는 무려 20년이랑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피해자가 만13세 미만의 여아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행위태양이 같은 범죄에 대해 이렇게 형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법체계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검찰의 기소재량만으로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형량의 차이를 발생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8)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형법 제250조의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5년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기징역만으로 보았을 때는 똥침이 살인과 같다는 이상한 해석이 가능하다.
나. 다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죄’와 ‘형법상 성범죄’
성특법 제2조9)에서는 형법에 규정거나 그 밖의 법률에서 가중되는 죄는 성특법상 범죄라 하여 거의 모든 성범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요 범죄를 소개하자면,
① 주거침입,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의 미수범 이상의 지위를 가진 자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의 죄를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성특법 제3조 제1항)
② 특수강도 미수범이상의 지위를 가진 자가 위와 같은 죄를 범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이상의 징역(동조 제2항)
③ 흉기 휴대, 2명이상 합동으로 강간을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동법 제4조 제1항)
④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를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동법 제6조 제1항).
⑤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를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동법 제7조).
⑥ 성특법상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동법 제8조)
⑦ 성특법상, 형법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장애인, 13세미만의 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동법 제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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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사회여론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100보를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살인보다 강간상해가 더 중한 죄라고 할 수 있을까./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영상 캡처 |
다. 비판
이제 위와 같은 법규정 및 판결을 통해 다음과 같이 똥침사건을 변형해보자. 60대 건물미화원의 똥침으로 여아가 전치2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하자. 그러면 법원은 무기징역, 또는 1월이상 10년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1, 2심의 판결문에 대한 토론자의 유추가 맞다고 전제하면, 2심 법원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여 징역 1년 이하의 형에 집행유예 2년 이하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토론자의 예상이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은 똥침만 했을 뿐인데, 징역 2년6개월이 나오고, 똥침에 상해까지 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3. 토론을 마치며
위에서 보았듯이 법을 제정하면서 중구난방으로, 여론에 맞춰 특별법을 마구마구 양산하다보니, 국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형법 등과의 체계부조화가 일어난다.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사회여론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100보를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살인보다 강간상해가 더 중한 죄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10)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는다 하더라도, 범죄의 행위태양과 헌법을 기치로 한 법체계의 정비없이 함부로 입법을 한다면 위와 같은 모순의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발제자가 지적했듯이, 기본법인 형법에 흡수하는 것이다. 수범자의 범위가 좁고 전문적인 영역의 경우에는 특별법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발제자가 지적한 동물보호법이나, 성범죄의 경우는 사실상 일반인 전부가 수범자가 되므로, 이를 기본체계로 편입하여야만 정합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법률문화와 그 수준이 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재의 입법포퓰리즘과 과잉범죄는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고양시키기 보다는 국가권력의 자의적 개입만 더 늘리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아질 것이다. /황성욱 변호사(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1) 예를 들어 검사가 기소를 형법상 손괴죄로 한 경우, 판사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동물보호법위반으로 기소하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로 선고해야한다. 이 경우, 법원이 징역형을 선택할 경우에는 손괴죄가 높은 반면, 벌금형을 선택할 경우에는 동물보호법이 높으므로, 검사의 기소의도와 다르게 판결이 나올 수도 있는 모순이 발생한다.
2) 공소의 제기를 검사의 재량에 맡기는 제도. 검사가 범인의 연령, 성향, 지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이유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3)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으면 2년6개월의 실형을 합산하여 선고받게 된다(형법 제63조)
4) 누범이나, 경합범 가중이 없다고 전제할 때
5) 물론 축소사실의 인정이라하여 이론상 법원이 성특법상 기소에도 불구하고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실무상 그 예는 드물다.
6)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형량으로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7)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형법 제53조).
8) 헌법재판소는 피의자의 참여없이 검사가 행한 증거보전재판에서 인정된 증거를 본 재판의 증거로 삼는 것은 검사의 재량으로 법원의 판단을 형해화하기에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9)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성폭력범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개정 2013.4.5.>
1. 「형법」 제2편제22장 성풍속에 관한 죄 중 제242조(음행매개), 제243조(음화반포등), 제244조(음화제조등) 및 제245조(공연음란)의 죄
2. 「형법」 제2편제31장 약취(略取), 유인(誘引) 및 인신매매의 죄 중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범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범한 제289조, 제290조(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9조의 죄를 범하여 약취, 유인, 매매된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한정한다), 제291조(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9조의 죄를 범하여 약취, 유인, 매매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한정한다), 제292조[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제289조의 죄로 약취, 유인, 매매된 사람을 수수(授受) 또는 은닉한 죄,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제289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 전달한 경우에 한정한다] 및 제294조(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범한 제288조의 미수범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범한 제289조의 미수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9조의 죄를 범하여 발생한 제290조제1항의 미수범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8조 또는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제289조의 죄를 범하여 발생한 제291조제1항의 미수범 및 제292조제1항의 미수범 중 추행, 간음 또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약취, 유인, 매매된 사람을 수수, 은닉한 죄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
3. 「형법」 제2편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제300조(미수범),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및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의 죄
4. 「형법」 제339조(강도강간)의 죄
5. 이 법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부터 제15조(미수범)까지의 죄
② 제1항 각 호의 범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는 성폭력범죄로 본다.
10) 살인은 사형이 규정되어 있으나, 최근 법원은 사형선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악랄한 살인마 오원춘마저도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실무례를 보면 위와 같은 주장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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