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저성과자 관리체계 개선 및 직무급에 대한 직원들 인식전환 시급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은행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성과관리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집단평가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급여의 역전현상, 고(高)성과자에 대한 차별적 보상수단 미흡, 저(低)성과자 옥석가리기 등 성과연동 보상제도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국내은행의 성과관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5일 금융권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선진은행들과 비교할 경우 총이익은 감소하더라도 업무경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력과 대외경쟁력 하락요인으로 작용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임금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수익은 떨어지고 있는데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 "성과에 따른 연동성이 낮은 임금구조"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시중은행 전체 일반직원은 6만6192명이다. 이 가운데 책임자급 인원은 4만185명이다. 6개 지방은행은 일반직원과 책임자급이 각각 1만522명, 5209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별 사업보고서를 보면 시중은행의 평균 직원수는 정규직 1만22명, 계약직 237명 등이며 근속년수는 남성평균 18.6년이다. 연평균급여는 남성기준 1억100만원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은행들은 성과연봉제 추진에 따라 연공형 호봉제에 기반해 직무성과급을 일부 결합한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집단평가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 YWCA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성과체계가 개인 단위가 아닌 영업점 등 조직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저 성과자들을 가려내기 어렵다"면서 "금융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영업점(조직)별로 정량적 목표(KPI)를 부여해 목표 달성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그룹별 점수와 순위를 공지하고 연 1회 정기평가를 진행한다. 일반직원의 경우 영업점장이 직근무 성적평가(정성평가), 영업점 업무실적, 연 2회 정기평가를 단행한다.

장기프로젝트(영업)의 성과를 배분하기 곤란해지며 집단평가에 대한 높은 비중 탓에 개인성과 측정에 어려움이 있다. 높은 성과를 낸 직원에 대한 보상체계도 미흡하지만 특히 저 성과자에 대한 성과 측정수단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은행영업의 경우 영업점 단위로 움직인다. KPI도 영업점 기준으로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한 영업점 직원들이 모두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들 중 낮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집단평가에 의해 전체 직원 골고루 높은 점수를 나눠 받게 된다. 저 평가자의 무임 승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 성과자들을 가려내야 하는데 집단성과제의 문제가 되는 사항"이라며 "그렇다고 개별성과제로 바꿀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체 은행 직원이 1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개별성과를 하기 위해선 1등부터 1만등까지 등수대로 줄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맡은 직책과 지점 특성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개별 성과를 가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영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 빠른 창구쪽인데 반해 기업 창구에서는 쉽지 않다. 각 개인마다 맡고 있는 직책들이 달라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기 곤란하다.  대부분 평가 역시 정성평가인 만큼 부서별 특징이 장벽으로 작용해 객관적인 수치를 내놓을 수 없다. 영업점은 영업 목표량이 있어 수치화할 수 있지만 업무를 지원하는 회계파트나 지원부서의 경우 수치를 매길 수 없다.

또한 일부 성과가 낮은 부지점장은 급여가 호봉이 높은 부하직원보다 적은 보수를 받게되는 보수 역전현상도 발생하게 된다. 보통 은행들은 호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차장급인데 진급을 못해 나이가 지점장급(50대)인 경우 상위의 호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기본급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만일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으로 발령이 날 경우 개별로 관리자급 호봉제를 적용받게 된다.

자칫 영업점 KPI를 낮게 평가받을 경우 기본급 차이로 부지점장은 고 호봉자보다 낮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관리자급 기본급 자체가 일반 직원의 고 호봉자들보다 낮은 환경에서 조직내 경쟁과 직원 평가가 이뤄질 수 있어 줄서기 현상도 나온다. 

기본급에 대한 유연성 없이 역전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고호봉자에 대해 그들의 임금을 어떻게 할지, 호봉제한을 두던가 아니면 호봉이 올라간 만큼 호봉단위 기본급을 낮추는 탄력적인 기본급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봉제를 시행하지 않은 은행의 경우 갈수록 쌓이는 기본급에 안주한 나머지 성과는 뒷전일 수 밖에 없어 경쟁력에 취약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업  

서 선임연구위원은 "기본급에 대한 유연성 없이 성과급 비중을 늘릴 경우 오히려 추가재원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직무급에 대한 직원들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성과연동에 따른 보상체계가 금전적 보상과 승진에 국한되다보니 우수직원에 대한 평가 보상체계가 미흡하다.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급여나 승진으로 평가를 보상하게 되는데 다양한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점의 실적은 안좋은데 손익을 많이 달성한 직원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복지혜택이나 다른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과 비용효율성을 높일 여지는 많다고 판단되며 업그레이드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특히 고령,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 직무급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