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사장단, 임원이 총 25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청년희망펀드 참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깃발.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하고 기부금을 내놓는 등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돕기위해 범사회적 차원에서 조성된 펀드로, 여기에 맡겨진 기부금은 청년 취업기회 확대, 구직 애로 원인 해소, 민간 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에 쓰인다.
5일 주요 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200억원, 사장단과 임원이 50억원을 기부키로 한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청년희망펀드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은 개인재산 기탁 방식으로, 이건희 회장이 평소 인재양성을 중시한 점 등이 반영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장단의 일원으로 기부에 동참했으며,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는 좋은 취지를 따른 것이라고 삼성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5일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그룹 임원진이 청년희망펀드에 200억원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사재 150억원을 기부키로 했고 그룹 임원진도 5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7년 사재 출연으로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통해 평소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룹 차원에서도 지난 8월엔 내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3만6000명을 채용하고, 1만2000명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채용 및 취업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임원진도 청년희망펀드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LG그룹은 지난달 28일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구본무 회장이 사재 70억원을, LG 임원진이 30억원을 각각 기부하는 등 총 1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청년희망펀드는 노사정 타협을 계기로 조성하는 기부금 펀드로, 청년희망재단의 일자리창출 사업 지원에 사용된다. 앞서 LG그룹은 대학과 협약을 통해 현장형 인재를 육성하고 입사를 지원하는 사회맞춤형학과 운영을 기존 소프트웨어 분야 10개 대학에서 전기·전자, 기계·자동차부품 분야의 지방 대학과 전문대학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
|
|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청년희망펀드에 각각 150억원과 70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
롯데그룹은 지난달 29일 신동빈 회장이 사재 70억원을, 그룹 임원진이 30억원을 각각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기부와 함께 “대한민국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열정과 도전정신을 펼칠 수 있도록 롯데가 적극 돕겠다”며 "앞으로도 청년 고용찰출과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6일에도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이 별도 조성하는 1000억원의 롯데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 초기 자금·인프라·컨설팅 등 제공) 투자금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SK그룹은 이달 1일 최태원 회장이 사재로 60억원, 전 계열사 CEO와 임원이 40억원 등 총 1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내놓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대기업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청년희망펀드에도 가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연초 예정보다 높여 잡아 공채를 진행 중이다. 공채와 수시채용을 통해 선발할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규모는 150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 1300명보다 15% 정도 높은 수준이다. 연간 채용 규모도 경영상황이 악화하면서 당초 7000여명을 뽑기로 했다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8000명으로 늘린 상태다.
이외에도 효성그룹은 지난달 29일 조석래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6억원을 기부하고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등 임원진도 동참해 4억원의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GS그룹은 지난 4일 허창수 회장이 사재 30억원, 그룹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진도 개별적으로 동참해 20억원을 기부하는 등 총 50억원을 내놓았다.
청년희망펀드 참여 물결은 5일 현재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사재 30억원, 임원진이 5억원을 내기로 하는 등 총 35억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선 이번 청년희망펀드도 기존 사회성금과 같이 기업 간 정보를 상호교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공개한 ‘2015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자산 총액 기준으로 재계 서열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순이다.
지난해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낸 이웃돕기 성금의 경우 삼성이 500억원으로 1위였고, 현대차가 250억원, SK·LG가 각 120억원씩, 포스코가 100억원, 롯데가 50억원, 현대중공업과 GS가 40억원씩, 한진·한화가 30억원씩을 내 재계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순위와 기업들이 내놓는 사회성금 순위가 일치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의 관행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기업들이 암묵적으로 재계 서열에 맞춰 얼마만큼을 낼지 사전에 정하고, 먼저 액수를 정하는 쪽에 맞춰 금액규모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