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증권금융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증권금융(이하 증권금융)이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인선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미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내정이 사실이라면 사장 공모작업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게 되는데다 민간기업 사장으로 금융위원회 등 고위공무원 출신이 가는 관행이 지속되는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해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후보자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내달 3일 임기를 마치는 박재식 사장(사진)의 후임을 선발하는 작업이다. 사추위는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차기 사장을 최종 선임하게 된다.

하지만 공모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증권금융의 차기 사장으로 정지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 상임위원은 증권금융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이미 금융위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상임위원은 행시 27회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기획관리실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금융위 기획조정관과 금융서비스국장을 거쳐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증권금융 사장에 선임된다면 속칭 말하는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전형이 되는 것.
 
증권금융의 사장으로 고위공무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첫 공모 사장인 조흥은행장 출신 홍석주(23대·2004~2006년 재직) 사장을 제외하고 이후 고위공무원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증권금융 사장직을 독식했다.

24대 이두형 전 사장은 경우 행시 22회로 역시 재무부에서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을 역임했다. 25대 김영과 전 사장은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협력국장, 경제부총리 비서실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지냈다.

현 박재식 사장 역시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거쳤다. 증권금융에는 사장 뿐 아니라 다른 고위직도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금융은 주식투자자들의 예탁금을 보관하고 이를 대출해 수익을 올리는 일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독점 회사다.

같은 증권 유관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투자자의 예탁금이 아닌 주식을 보관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예탁결제원과는 달리 증권금융은 공공기관도 아니어서 금융당국이나 정부에 경영간섭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증권가 직원들이 한때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고위공무원 낙하산으로 사장직에 내려오는 증권금융이 민간기업이라는 점에서 주주권리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금융 지분은 은행권이 3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증권업계(증권사)가 34.8%, 증권 유관기관이 13.9%를 갖고 있다. 단일 최대주주는 11.3%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거래소다. 우리은행(7.8%), NH투자증권(6.1%) 등이 뒤를 잇는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증권금융에 사장 인사를 통보하거나 강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상임위원의 증권금융 사장 내정이 공공연한 사실이어서 정부의 관치금융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진홍 금융위 행정인사과장은 정 상임위원의 증권금융 사장 내정설을 묻는 질문에 “정 상임위원은 1급 공무원으로 대통령의 결재가 있어야 퇴직이 가능하다”며 “(정 상임위원의 증권금융 사장 내정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