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의 법리적 해석에 달렸다

권현준 논설위원

안철수연구소의 신규 공모를 담당했던 증권회사의 회사예비사업설명서를 보면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발행목적을 ‘대주주지분이 너무 낮아 경영권방어용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이하 BW)를 발행한다.’고 하였다. 이로써 대주주 지분이 상장 후에도 27.6%에서 39.9%로 유지하게 되었다.

강용석의원이 시세차익에 대한 배임 및 증여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안철수연구소의 BW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법리적 해석문제는 사법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서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당시 안철수 대표 1인에게만 저가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함으로써 1년만에 13.4배의 상장이익과 경영권프리미엄의 이익을 대주주1인에게 집중케하여 창업임직원 및 타주주와의 형평성에는 문제의 소지를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예로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이 끝난 2000년 2월9일과 1,730원으로 BW조기상환 되었던 2010년 10월13일 사이에 부여되었던 임직원용 주식매수청구권은 세 번에 걸쳐서 5000원에 발행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BW문제가 있었던 상장 전년도인 2000년중에 대표이사에게만 허용되었던 127,200,000원의 가지급금과 1인대주주에게 쏠렸던 특혜가 회사에는 손해가 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다.

이번기회에 사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부문화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판단된다.

삼성, 현대 등 재벌에서 시작된 BW, CB(전환사채) 등 신금융기법을 이용한 상속 및 증여 즉 경영권 방어, 뒤이은 법률 소송, 그리고 사회 환원으로 이어지는 기업기부문화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왜곡된 기부 문화가 이제 국내대표벤처기업으로 전이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기부기업들은 부의 축적부터 법률, 금융 및 회계 등 경험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문화의 성숙을 꾀해야 한다. 불법한 상황에서 국가경제를 위한다는 명분아래 사후에 세금과 기부로 치유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기부가 많다고 눈감아줄 게 아니라 기부의 정당함을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주로 학생들에게 많은 기부가 이뤄지고 있는데, 면죄부용 기부가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기회에 안철수연구소가 얼마만큼 한국IT-벤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안철수연구소의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상장당시에 국내 보안소프트웨어(이하 S/W)시장, 특히 안티바이러스S/W시장의 56.4%를 점유하던 선두회사였다. 그러나 그 당시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보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회사제공자료기준으로 2000년현재 세계 총보안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0.1%, 주요 사업부문인 컴퓨터바이러스백신 소프트웨어시장에서는 0.8%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벤처-IT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전산시스템 보안문제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 은행 및 국가기관의 디도스 공격, 개인정보유출 사건은 국가경제-금융시스템에 지속적인 위협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FTA상황에서 국내S/W산업에 대해 과거와 같은 지원은 어렵기에 기업자체적인 글로벌 경쟁력있는 경영전략수립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논란의 꼬리표가 있는 자금으로 사회환원, 기부재단 등 을 만들기 보다는 앞으로는 좀 더 명분 있는 기업이익에서 시작된 진정한 기업기부문화의 사례가 많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끝)

* 용어설명: Bond with Warrant(신주인수권부 사채,이하 BW)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채권. 즉, 신주인수권과 회사채(금리가 책정)가 결합되어있는 채권이다. 회사채 형식으로 발행되지만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BW 1매당 신주인수권이 2주, 권리행사가격이 액면가 5000원인 BW 10매를 갖고 있는 주주는 기업이 정해진 시기에 시가에 상관없이 신주 20주를 주당 50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된다.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주가가 약정된 가격을 웃돌면 신주를 인수해 차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인수권을 포기하면 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원금보장형 채권에 주가상승시 매매차익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추가로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