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통성 지우기에 앞섰던 민중사관론자들의 드러난 민낯
   
▲ 김소미 교육학 박사, 용화여고 교사

정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을 확정·고시했다. '북한식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적’ 역사관의 놀이터가 되어 온 검정 체제 교과서로는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중 “프로레탈리아 레볼루션”을 외치며 등장한, 한 여고생의 모습은 3.1운동마저 레닌식 계급 혁명에 이용하기 위해 폭동·내란을 일삼던 건국 전후 남로당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비롯한 온갖 사실들에 대한 왜곡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 지우기에 앞섰던 민중사관론자들의 드러난 민낯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 보다는 집단, 국민보다는 노동자’를 앞세워 학생들을 투쟁의 도구로 만들려 했던 이들의 적나라한 속살이다.

근대사 파트가 계급의 의식화를 담당했다면, 현대사는 현실에의 적용을 강요한다.

해방 전후를 다룬 근대사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룬 현대사 파트가 이어지는데, 이 단원의 주된 내용은 '반기업-반재벌-반시장-친노동’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사회문화의 변화’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단원은, 고도성장의 혜택은 재벌만이 누리게 되었으며,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노동자들은 오히려 탄압을 받았으며, 빈부 격차는 경제민주화로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모험적 투자를 감행한 기업인의 도전 정신과 기술 혁신을 이룬 과학자가 산업화에 기여한 바는 설명하지 않으며, 오로지 노동자만이 성장의 주역으로 평가하는 극심한 편향성을 보인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이 단원이 방점을 찍는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기업 옥죄기다.

   
▲ 빛은 커녕 암흑 천지로만 설명하는 현재의 검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경이로운 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 이름 붙였던 세계인의 시각과 다르다. 사진은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이 저술한 ‘한강의 기적과 기업가 정신’./사진=‘한강의 기적과 기업가 정신’ 표지

개인은 보이지 않는 집단주의적 서술 일변도로 수출을 '전쟁’에 비유하면서, 모든 국민이 수출 '역군’이 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교재를 읽으면 머릿속에 오로지 정부와 노동자 간의 대립만 남으며, 자신과 가족의 성장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부국을 위한 헌신 정도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대기업에 대한 왜곡은 더욱 과감하다.

“정부의 대기업 육성 정책은 특정 가족이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낳았다.” - 미래엔 p.340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상장기업의 가족 소유 비율이 5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교과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라고 규정한다. 가족 소유 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주입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진짜 주인공을 '재벌집단’이라는 낡은 프레임 속에 가두기 위한 서술이다.

그리고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으로 인해 1997년 IMF가 터졌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외자 유치를 통한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으로 외채 부담이 증가하고, 내수보다 수출입의 비중이 커져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경제구조 취약성은 1990년대 말에 외환 위기로 이어졌다.” - 미래엔 p.340

고임금·고지가·고물류 비용의 누적으로 발생한 외환 위기가 개방형 경제 구조 때문인 것처럼 왜곡한다.

'성장의 열매는 결국 전부 대기업으로만 돌아갔고, 서민들은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것이 교과서가 하는 설명이다. '한강의 기적, 그 빛과 그림자’가 부제로 붙어 있는데, 빛은커녕 암흑 천지로만 설명하는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경이로운 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 이름 붙였던 세계인의 시각과는 다른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김소미 교육학 박사, 용화여고 교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을 확정·고시했다. '북한식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적’ 역사관의 놀이터가 되어 온 검정 체제 교과서로는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사진=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