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설 '사실무근'…시너지 제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정부 강제 합병설이 제기되면서 정부 주도의 강제 인수·합병(M&A)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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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금융위원회는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 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펜 DB |
9일 금융위원회는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 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한 매체가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한다고 보도한 것에 따른 해명이다.
강제 합병설에 현대상선의 주가는 장중 한때 9% 넘게 폭락했고 한진해운도 장 초반 5% 이상 빠졌다. 국내 빅2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합병과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합병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부실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 사가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은 못해줄 망정 합병을 강제할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올해 안에 한계기업 명단을 작성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앞으로 정부의 주도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달 1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의 자율적 결정 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다 보니 성과가 미흡하다”며 “정부가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업종 등 한계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주도적으로 기업들의 M&A를 이끌었고 그로 인해 대규모 인력감축, 부실계열사 떠안기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그 시절에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업들의 자율적 의사와 전략적 M&A 기회를 정부가 빼앗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의 강제 M&A와 관련해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합병을 서로 꺼리는데 정부가 강제로 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M&A의 기본원칙은 민간이 서로 이해가 맞아서 하는 것이 맞고, 그 원칙을 정부가 지켜야한다. 정부주도의 강제 M&A의 관례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합병의지가 바탕이 됐을 때 정부가 인력조정 이슈,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한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합병 이익은 극대화하고 합병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큰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