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로 영향받는 전용선시장은 이미 경쟁상태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잇따라 공청회를 열고 필수설비 관련 고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유선통신시장의 경쟁활성화와 설비이용의 효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흐름에 비추어 고시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필수설비란 KT, LGU+, SKB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에게 있어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인프라로서 관로(管路)·공동구(共同溝)·전주(電柱)·케이블이나 국사(局舍) 등의 설비가 여기에 포함된다. KT는 정부기관이었던 체신부를 비롯 한국전기통신공사, 한국통신 등을 거치며 구축한 필수설비가 후발사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필수설비중 하나인 관로 개념도
▲필수설비중 하나인 관로 개념도



 
KT는 관로의 87.3%(228,706km), 전주의 97.4%(4,115,968), 광케이블 46.7%(479,721km)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35조 2항에 의하면 ▲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데에 필수적인 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 ▲ 관로·공동구·전주 등의 설비등을 보유한 도로공사,한국전력,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시설관리기관 ▲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 3가지중 한가지를 만족하면 필수설비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KT가 이에 속한다. KT는 2004년에서 2005년 회선설비임대역무 시장점유율이 각각 54.4%, 52.3%에 달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되었고 이로인해 필수설비의무제공 대상이 되었다. 현재는 필수적인 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에 해당돼 의무제공대상자에 해당된다.

특히 방통위는 2009년 6월 KT-KTF 합병시 인가조건에 필수설비제공을 결정하였고 이후 별도로 필수설비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KT는 이러한 결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인입관로 예비율을 150%로 정하여 운영하였으나 경쟁사인 SKB, LGU+, MSO 등이 예비율이 너무 높고 KT가 경쟁사들의 설비임대요청을 회피한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러한 민원제기에 따라 방통위는 "설비 등의 제공조건 및 대가 산정 기준"고시를 개정하여 관로 예비율을 150%에서 135%(인입구간), 137%(비인입구간)로 광케이블 예비율은 35%에서 22%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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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가 제출한 설비관련 합병이행계획(위), 방통위의 2009년,2010년 제도개선방안(아래)


현행법과 합병조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방통위가 KT에게 필수설비를 강제로 더 개방시킬 명분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더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시장상황이다. 2010년 방통위가 발표한 통신시장경쟁평가 자료에 의하면 필수설비에 의해서 가장 크게 영향받는 시내외, 국제, 인터넷 등 전용회선시장의 경우 KT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KT 39.3%, LG 35.1%, SK(SKT+SKT) 15.7% 등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방통위 통신정책국은 2011년 11월 전용회선시장을 경쟁시장으로 분류하였다.


전용회선시장매출액점유율추이(2011년, 방통위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집)
▲전용회선시장매출액점유율추이(2011년, 방통위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집)


또, 2005년에서 2006년에까지 정통부는 전용회선시장역무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KT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했다. 그 당시에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여부로 필수설비의무제공 대상으로 지정하고 지금에와서는 필수설비보유 기준으로 바꿔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는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규제를 강화하기에는 시장점유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사업자규제를 함에 있어 매출액을 주요지표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동통신시장이 대표적이다. 2010 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이동전화역무에서 SKT는 매출액의 54.4%, 가입자의 50.6%를 점하며 다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시장점유율로 의무대상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며 필수설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고시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통신시장의 규제를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매년 통신경쟁평가라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은 도외시 한채 필수설비를 더 개방하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또 방통위는 국내전용시장만 보았을 때 KT의 점유율이 51%에 달한다고 배경설명을 하지만 2010년 경쟁상황평가자료에 의하면 시내,시외 등 국내전용회선 시장의 KT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43.6%를 기록했고 LGU+는 상승추세로 30.5%, SK(SKT+SKB)는 17.2%를 점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필수설비 임대비용이다.KT 관계자는 소비자가격대비 1/10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설비를 강제로 임대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통시장의 경쟁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MVNO의 경우 이통사들은 대략 소매가격의 60%안팎의 대가를 받고 망을 임대한다. 이러한 가격에 대해 MVNO사업자들은 마케팅 및 관리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가입자확보가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흑자와 적자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대가지불때문이다.

 KT의 설비임대료도 MVNO 사업자 대가산정처럼 정교하게 현실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SKB를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전용회선시장을 비롯한 B2B시장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반발에 부딛힐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고시개정이 끝나면 별도로 임대비용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