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해온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이 동반 침몰하는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증권 등 매각을 통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려 했던 그룹은 뾰족한 추가 자금 확보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맞는데 실패한 현대증권은 그룹과 함께 침몰할 날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주가는 전일 대비 3.20% 내린 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6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증권의 주가는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 코리아(PE)로의 매각이 무산된 지난달 19일 7560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각 무산으로 자리를 지키게 된 윤경은 사장이 “근거 없는 내용이나 루머에 동요하지 말자”며 임직원을 독려했지만 현대증권은 내외적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윤 사장 자신부터 현대엘앤알이 지난해 5월 발행한 610억원 상당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전액 인수하는 등 계열사를 부당 지원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으로 노조에 고발돼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 사안에 대해 지난달 2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 결정은 법리적 해석의 견해차이로 보류한 상태다. 금감원은 윤 사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에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밖으로는 현대증권 매각 무산에 산업은행이 그룹에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도 오히려 현대증권에는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상선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자금 확보 방법이 없는 현대그룹에 남는 것은 현대증권의 재매각이지만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와 있는 지금, 당장 산업은행이 현대증권 재매각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지만 현대그룹의 자금난을 해소하기에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덩치가 달라, 현대그룹에서 원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며 “현대증권 매각을 전제로 상환이 유예됐던 2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상환을 현대그룹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좀비기업’의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어 대우증권의 매각마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재매각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결국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원하는 대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매각이나 경영권 포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년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인수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현대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어 껄끄럽다. 특히 현대상선의 지분 10.78%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는 등 자기코가 석자인 상태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현재 유력한 대우증권 인수 후보 중 하나인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이 아닌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루머까지 도는 등 현대증권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는 대우증권 인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