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의원 10명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고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 중 잠잠했던 비주류 진영이 다시 주류를 겨냥해 ‘혁신’과 당 지도체제 개편 등을 언급하며 반격을 본격화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20모임’은 문병호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이상민·노웅래·유성엽·이춘석·정성호·최재천·권은희·송호창·최원식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당내 율사 출신 및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이 대다수다. 이 모임에는 정치·경제·복지 등 다양한 분야 교수진 6명도 포함됐다.

모임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 양당 중심의 독과점적 정당체계를 타파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 수립 ▲민생중심 포용정치 확립 ▲합의제 민주주의체제 출범 ▲87년 체제의 정치제도·문화 개혁 등을 창립 취지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87년 체제’라고 하는 한국의 현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질적 민주주의의 성숙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소위 ‘포용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은 ‘양대 정당 기득권’ 등 87년 체제에서 누려온 당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개혁운동의 선두에서 과감한 혁신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혀 당내 주류세력을 겨냥, 비판한 듯한 입장을 보였다.

‘포용사회’에 대해선 “정치와 정책 과정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포용의 정치’가 작동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포용경제’와 ‘포용성장’이 가능해지고 복지국가로 요약되는 ‘포용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모임은 또 새정치연합이 당론으로 결정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하면 셋 이상의 유력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가 구조화되고, 이는 복수정당의 연정형 권력구조의 제도화로 이어져 ‘합의제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임은 이같은 체제를 ‘2020년 체제’로 명명하고 그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정당체계 등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세를 확산하고, 뜻이 맞다면 타 정당의 인사와도 연대할 것을 시사했다. 일단 모임은 매주 수요일 정례회의를 비롯해 세미나, 토론회 등을 갖고 ‘정치혁신’의 관점에서 정치·당내 현안에도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최원식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중시하는 건 40% 무당층으로, 그분들을 정치 주체로 세워줄 수 있는 다양한 정당이 출현해야 한다. 진영논리에 기반한 양극단적 정당만으로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정치개혁 이정표 제안이 (민집모 등 여타 모임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큰 틀에서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그 연장선상에서 당내 현안도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이 어떤 비전을 갖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와 당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지도체제도 중요한 토론 사항”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당 지도체제 개편 문제에 관해선 “공식 회의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구성원 다수는 통합 전당대회를 하는 게 가장 명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라 판단한다”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당외 인사까지 포함한 통합전대를 거론했다.

당 지도부에서 통합전대가 수용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선 “당내 정치세력 간 적절한 균형보다 중요한 건 국민 눈높이”라고 비판한 뒤 “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에 있어 통합전대가 가장 명쾌하고 당헌에도 부합한다”며 “국민 입장에서 봐도 당이 힘있게 총선을 준비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가장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당이 불안정하고 계파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 부분에서 통합과 혁신의 2가지를 같이 해결할 길로는 통합전대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당내 중도성향 중진급 모임인 ‘통합행동’과의 공조 여부에는 “같은 것은 공조해 행동통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면은 각자 할 것”이라고 일부 선을 그었다.

한편 2020모임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포함돼 향후 안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관심을 모았다.

다만 문 의원은 "(안 전 대표 참여 여부는) 물어보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 대선주자 급이 이 모임에 들어오진 않을 것"이라며 "특정 현안, 당 진로에 대해 생각이 비슷하면 공조할 수 있겠지만 그분들을 회원, 고문으로 모실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