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중국 증시에 대한 비중축소를 강조해왔던 삼성증권에서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리서치센터에서 중국 증시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 일각에서는 중국증시 비중 축소로 해외주식중개 수수료가 줄면서 3분기 실적이 하락하자 나온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방문기(訪問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본토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했다.

전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적 대응, 자본시장 개방 정상화, 위험지표 개선으로 상해증시가 4000을 회복것이 기대된다”며 “단기 랠리에 대한 부담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량주에 대한 점진적인 비중확대를 권한다”고 전했다.

비록 비중확대 앞에 ‘신중한’이라는 표현이 붙긴 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가 랠리를 준비하던 지난 4월말부터 중국 증시에 대한 비중축소를 주문했던 삼성증권과는 무척 달라진 태도다.

특히 올 6월부터는 삼성증권은 윤용암 사장이 직접 적극적으로 중국 증시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을 설파하고 다니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삼성증권과 달리 중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윤 사장과 삼성증권을 따른 고객은 7월초부터 본격화됐던 중국 증시 폭락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다.

전 연구원은 “6개월 만에 중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변화했다. 매달 말 열리는 자산배분회의에서 회사 전체의 투자비중이 결정되지만 거의 리서치센터의 보고서가 그대로 반영된다”며 “이미 고객에게는 회사의 중국 증시 비중확대 의견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가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것은 맞다. 상하지종합지수는 10일 하락하긴 했지만 기업공개(IPO) 재개, 위안화 특별인출권(SDR) 편입 기대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 가능성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이달 4~9일까지 불과 4거래일 만에 10%가까이 상승했다. 11일에도 소폭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중국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를 외친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이 598억원으로 2분기(1742억원) 보다 65.7%나 줄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20.3% 감소한 실적이다. 당기순이익도 직전 분기대비 63.8% 급감한 45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 한화테크윈 지분 매각에 따른 기저효과, ELS 헤지 관련 손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후강퉁 거래실적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중국주식중개 관련 수입이 감소한 것도 삼성증권 실적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중국 증시를 포함한 삼성증권의 해외주식중개 수수료는 올 1분기 102억원에서 2분기 25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3분기 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분기 63%에 달했던 해외주식 중 중국자산 비중도 43%로 감소했다.

한 증권사 해외주식 담당자는 “중국 증시 투자를 고객 자율적 판단에 맡겼던 다른 증권사에 비해 정책적으로 투자를 자제시킨 삼성증권의 해외주식중개 수수료 하락폭이 훨씬 컸다”며 “실적개선을 위해 중국 증시가 살아나고 있는 지금 다시 투자를 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후강퉁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중국증시가 급락하면서 기대보다 증권사 실적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며 “삼성증권이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을 잘 했고 중국 증시 투자비중이 높아진다면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