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해도 해도 끊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이라며 대대적인 규제혁파의 의지를 표명했다.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손톱 및 가시'를 없애라고 지시한 후 불합리한 규제가 하나 둘씩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거리는 가운데 여전히 우리 경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 어떠한가? 저성장 압력이 짓누르는 한국경제는 성장절벽에 막혔고 세계적인 생산성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던 수출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찾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혁파 외침과 달리 현장에서의 체감은 차디 차다. 1만5000개에 이르는 규제 중 연간 500개 정도만 줄어든다니 규제개혁의 지지부진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규제개혁 못지않는 이행없이 규제개혁 로드맵은 용두사미가 돼버릴 수 밖에 없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규제개혁 숫자놀음 이젠 그만하시지요
②잠자는 관광진흥법 "끓는다, 끓어"
③단통법은 안녕하신지요? 스마트폰이 운다
④철강업계 ‘비산먼지’ 규제개혁 그 이후
⑤골목상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반대하네요?
⑥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입니까?
⑦복지부동 규제, 꽃 못 피우는 선진 차기술
⑧늑장대책이 나은 창조경제, 튜닝산업 활성화 발목
관광진흥법 개정안 발의 1년째 국회 계류중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경제의 판도는 중국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실제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지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곧바로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한국 산업전반이 휘청거렸다.

12일 산업연구원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명이 한국을 방문해 쓰고 돌아간 돈은 평균 230만원이다. 한해 약6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3조8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이 이처럼 명확한데도 한국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큰손’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제도를 손질해온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소비세법을 개정해 외국인 관광객이 텍스프리 상점에서 5000엔 이상 물건을 살 경우 소비세의 8%를 그 자리에서 면세해 주기로 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일본은 다양한 쇼핑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비자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10월에는 소비세법을 개정해 외국인 관광객이 텍스프리 상점에서 5000엔 이상 물건을 사면 소비세의 8%를 그 자리에서 면세해 주고 있다. 텍스프리 상점은 1년 사이 약5800개에서 1만8000개로 3배정도 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드러그스토어 마츠모토키요스 오사카 난바지점 관계자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가는 상품은 처방이 없이도 구입이 가능한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으로 최대 30만엔까지 구입한다”며 “특히 상품을 구입한 즉시 면세금액을 돌려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방문객이 지난 2007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각각 667만명, 914만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메르스 등 각종 악재 탓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관광산업의 질을 높이지 않는 한 뺏긴 손님을 되찾아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숙박시설’ 확충이다. 관광호텔만 놓고 보면 내년 서울은 약 1만3000여실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학교 정화구역 내(인근 200m)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교육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교육부와 야당의 반대로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급증하는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숙박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관광숙박시설은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숙박업으로 미풍양속을 해치는 부대시설과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얻게 되는 산업전반의 매출은 상당하다. 특히 관광산업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업종이다”며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듯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발길을 끊으면 매출이 반토막을 넘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장 내년 서울에서만 1만2800실의 관광호텔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하루 빨리 관광진흥법을 통과시켜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함에도 ‘관광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만 떠드는 행태에 울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