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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 홈페이지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내증시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이 경영실적 악화된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증시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이 된 175개 중소기업을 발표했다. 상장사는 없다고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의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투자자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해운·건설업체 등 300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도 다음 달 발표된다. 금융당국은 평가결과를 토대로 즉각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어서 많은 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불안감에 지난달 한 증권사가 내놓은 상장사 한계기업 리스트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국은행 정의에 따르면 한계기업은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다.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 속하는 상장사는 270개나 됐다.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당장 상장폐지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원활한 거래에 타격을 입게 된다. 또 자칫 상장폐지 돼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위험도 있다.
신재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공시부 공시2팀장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무조건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으로 주가나 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해운, 건설, 석유화학, 철강 등 취약업종에 속한 기업은 다음 달 발표될 대기업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해운업종이 집중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업황 악화 정도를 고려하면 다음달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조선, 해운업종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다음 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생사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은 4년간 2조원을 넘게 투입했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의 경우 금융당국이 무작정 칼날을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보험 등 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어서다. 지난 7월 발표된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선 35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금융권이 쌓아야 할 추가충당금은 1조원에 달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추진한다면 은행이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주기로 한 걸 보면 다른 조선·해운 기업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업을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사에 문제가 됐던 해양플랜트의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고 탱커 등 상선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조선업에 대해 너무 안 좋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복섭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좀비기업을 솎아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며 “오히려 금융권이나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