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시위현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찼다. 서울청사 앞 전광판에는 ‘정권과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투쟁’이라는 문구가 나타났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린 애드벌룬이 떠 다녔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서울 도심 곳곳에서 14일 벌어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는 비폭력 평화 시위라기보다는 정치·이념 투쟁에 가까웠고, 예견된 폭력사태였다.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대학로와 태평로, 서울역 광장, 서울광장 등지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서울광장으로 집결, 정부를 규탄하는 본 집회(주최측 추산 10~15만 명)를 열었다.

사전집회는 노동·언론·교육·농업 문제 등을 주제로 각지에서 열렸지만 하나같이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친일·독재 미화’이자 ‘역사쿠데타’로 규정, 비난하는 등 정치색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퇴진 요구와 맹목적인 비난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금융위원회 건물 인근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 반대·성과급제 폐지 등을 내걸고 연신 “투쟁”, “박근혜 정권과 한판승부”를 외쳤다.

언론노조 각 지부는 ‘역사역행·민주퇴행·민생파행 심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권력 영속화 음모 막아냅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박근혜 정권 심판”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를 잇달아 외쳤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조 다수는 서울광장에 모여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정부·재벌 규탄 시위를 벌였다.

서울청사 앞 전광판에는 ‘정권과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투쟁’이라는 문구가 나타났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린 애드벌룬이 떠 다녔다. 주최측은 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완화 정책을 비난하며 “딱 한 명을 해고시킵시다. 박근혜를 해고시킵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숭례문 부근에서는 농민단체의 TPP가입·한중FTA 반대, 밥쌀 수입 반대 등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측은 판소리 공연을 열고 ‘아리랑’을 개사해 박 대통령을 성토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자리에서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논리를 설파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아리랑 후렴구와 함께 “세상을 갈아엎어야 우리가 사네” “농사 중의 제일은 아스팔트 농사” “농민 버리고 도망간 대통령 십리도 못가서 옘병난다”와 같은 말이 울려 퍼졌다.

농민단체 시위 현장에는 닭 머리를 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었으며, 서울광장에는 쥐와 닭, 덫 모양 조형물을 연결한 줄을 매달고 바닥에 질질 끌면서 현장을 배회하는 집회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흔히 닭은 박 대통령을, 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상징으로 좌파 진영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월호 추모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광화문광장에선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는 청소년들 옆에 ‘부정선거 역사왜곡 살인정권 박근혜를 처형하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자도 등장했다. 대선 불복과 함께 대통령 ‘처형’을 주장해 비난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격한 광화문 시위문구가 보이는 현장이었다. 세월호 추모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광화문광장에선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는 청소년들 옆에 ‘부정선거 역사왜곡 살인정권 박근혜를 처형하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자도 등장했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