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금융당국이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필두로 실적과 연계가 적은 현 은행권 직원 임금체계의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시중은행 경영진들도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당국의 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가 벌써부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향후 임금체계 개편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5일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금융공기업에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먼저 만들고, 이것이 다른 민간 금융사로 확산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민간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며 경쟁하는 곳이 있다"며 "모범사례를 만들면 일반 시중은행들도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우선 직무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추진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다른 일반 시중은행과 조직체계가 유사하고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기업은행을 은행권 성과주의 확산을 위한 시험대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의 이런 방침은 은행권의 평균급여가 다른 산업보다 높은 가운데 실적에 연계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알리오'에 공개된 기업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는 8650만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기업은행과 비교할 때 동일 직급의 급여액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그러나 수익성이 하락해도 이에 연계된 평가와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와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은행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성과와 연동된 임금체계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60.2%)보다 높은 편이다.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는 시중은행들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 경영진들도 당국의 성과주의 확산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지주사의 제왕적 최고경영자가 주주의 의사를 대변하기보다는 노조와 일정 부분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공생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계속되는 수익성 하락으로 주주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초석은 이미 깔려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제정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에 대해서도 성과보상이 강화될 수 있도록 임금항목 단순화 등 임금체계의 합리적 관리에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많은 부분이 노사 합의사항이라는 점이다.

은행권 노조는 이미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의 갈등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성과주의 보상체계는 금융서비스의 질 저하,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의 피해만 가중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영업목표 달성에 급급한 단기 성과주의의 부작용으로 금융이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노조는 또 "임금체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할 근거는 없다"며 "초법적인 개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당국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성과주의 도입이 단번에 이뤄질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며 단계적인 확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성과주의는 노조와 합의해야 할 부분도 있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해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의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할 가이드라인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