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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개인투자자에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되지만 증시의 거품을 막아주고 유동성을 늘려준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아온 공매도가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와 팔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고 그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지난 5월말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이 17일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법안 심사는 17~19일, 23~24일 실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안이 우선처리되는 것을 고려하면 18일부터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안 의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은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말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폐지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국민연금법 102조에서 규정한 증권대여사업 조항을 삭제해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은 “국민연금이 대여한 주식들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로 활용돼 개인투자자가 눈뜨고 손해를 보는 등 주식대여와 공매도는 시장의 순기능을 왜곡시키고 시장 질서를 교란해 온 주범이었다”며 법안 발의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은 개인투자자의 대다수와도 일치하는 의견이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3년 간 국민연금은 1억9887만933주(8370억 규모)를 기관투자자에 대여해 268억원의 대여 수수료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대여한 종목 중 대여수량 기준 상위 10개사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해 대여한 증권의 대부분이 공매도에 활용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3년간 가장 많이 대여한 종목 1~3위인 한진중공업(1278만4363주), 대한항공(1002만6294주), LG유플러스(979만9539주) 등은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냈다.

홍 의원실 황선용 비서관은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연금이 주가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호재가 있어도 주가가 상승하기 어려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모두 공매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의 큰손이자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1년에 90억원 벌자고 국민이 가진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려 욕을 먹을 필요가 있나”고 반문했다.

이어 황 비서관은 “특히 항공, 조선, 해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하락세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일단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부터 주식대여를 금지시키면 다른 연기금도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대여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공매도 전체를 금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주식대여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1.46%(6658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증시에서 최근 한 달(10월 16~11월 16일) 사이 주식대여자 중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비중은 0.2%에 그쳤다. 외국인의 비중이 54.78%로 가장 높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금 특성상 장기투자를 위주로 운용하고 있어 자금이 주식에 묶이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물량만 대여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비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선진국 연금의 주식대여 비중이 10%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주식대여 비중을 오히려 늘려야한다는 설명이다.

공매도의 긍정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공매도는 지나치게 과평가된 주가를 정상화 시켜주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한다고 과연 시장에서 공매도 감소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가가 무조건 오르는 것이 증시에 좋은 게 아니고 펀더멘털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실장은 “공매도도 엄연히 위험성을 가진 투자기법”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되 개인에게도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