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상장지수펀드(ETF)가 저비용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한 중위험·중수익 재테크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여전해 다양한 투자대상을 원하는 투자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0월 4개 종목, 순자산 3500억 수준으로 국내 도입된 ETF는 이달 18일 현재 200개 종목에 순자산 규모가 20조7499억원에 달할 정로로 성장했다. 13여년 만에 종목은 50배, 순자산은 60배 정도 불어난 셈이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판단에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ETF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ETF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알맞은 투자대안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 방안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ETF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계좌를 통해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ETF시장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버스 레버리지 ETF도 허용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내놓은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2X’가 지난 16일부터 거래되고 있다.

ETF는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지수를 추종하도록 만든 펀드다. 펀드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바로 사고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되는 거래세(0.3%)와 펀드에 부과되는 환매수수료도 없다. 보수도 1%이하로 펀드에 비해 현저히 낮다.

ETF는 환매에 2~3일 걸리는 펀드에 비해 이런 환금성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환금성이 좋아 다수의 투자자는 단타매매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종목에만 거래량이 집중되고 있어 ETF가 투자자에 큰 매력을 못 끌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KODEX 인버스와 KODEX 레버리지 단 두 종목이 전체 ETF 거래량의 63%를 차지했다. 200개 종목 중 거래가 전혀 안된 종목 14개를 포함, 거래량이 1000주 이하인 종목이 110개에 달했다.

절반 이상의 ETF는 시장에서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종목으로 전락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투자하고 싶은 ETF가 있어도 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거래량이 많은 일부 종목에 쏠리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홍기 거래소 ETF시장팀장은 “일부 종목은 삼성생명 등 기관이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거래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신탁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상장폐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13개의 ETF는 거래량 부족으로 상장폐지됐다. 사실상 상품으로의 가치를 잃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거래량이 적다고 해도 일부 투자자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을 하고 있는 만큼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상장폐지된다고 해도 재상장하면 되기 때문에 운용사에 큰 타격은 없다”며 “다만 현재 거래량이 적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ETF라도 향후 업황개선 등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적립식펀드처럼 일부 투자자는 활용하고 있어 무작정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투자자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홍기 팀장도 “TIGER원유선물(H)의 경우 워낙 거래량이 적어 상장폐지를 검토했으나 최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시황에 따라 ETF의 인기도 달라진다” 고 말했다.

ETF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금융위는 단기간에 일부 종목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활성화 방안으로 시장이 갑자기 바뀔수는 없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