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는 규제 올가미…결국 공멸 길가는 슬픈 운명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지난 14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업권 기간을 5년으로 묶은 법 규정이 적용되면서 기존 사업을 잘 하던 기업이 탈락하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이 생겼다. 특히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롯데와 SK는 기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거센 후폭풍을 처리해야 한다. 소속 직원 인사문제와 1,000억대 넘는 재고 물량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법 적용으로 수십 년간 아무 문제없이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문을 닫게 되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규제의 대못이며 옥죄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세계 1위 한국 면세사업

매년 20% 이상 초고속 성장을 기록 중인 한국 면세산업은 전체 매출 8조억 원, 세계시장 점유율 12%, 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현재 글로벌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곧 10조원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면세사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한 축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승승장구한 한국 면세사업 성장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중국 관광객의 씀씀이다.

이번에 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한 워커힐 면세점은 인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러 온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꼭 방문하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작년 매출 2,700억 중 80% 이상이 중국 관광객이 올려주었다. 중국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쿠쿠밥통도 워커힐 면세점에서 가장 먼저 팔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지금의 영광을 굳히게 되었다.

면세점은 내수침체, 유통산업 부진에도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성장했다. 공항면세점에 비해 입점수수료도 적고 매장을 크게 운영해 많은 손님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들은 성장동력원으로 면세점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이 잘 운영해 온 사업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라고 한 것이다. 관세청 심사에서 탈락한 기업들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슬픔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 전국 매출 3위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게 됐다. 면세점의 허가권을 정부가 쥐고 있으면서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5년마다 면세점 특허심사를 하고 있다. 국회는 10여개 면세점 관련 법안을 제출해 면세점 업체에 추가적인 규제를 가할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면세업은 적극 육성해야 할 수출 효자산업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업정리는 곧 일자리를 없애는 것

러시아 민항기 폭파, 파리 시내 테러 등 글로벌 경기 악재로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재고리스크가 부상했다. 면세점 상품 재고도 문제지만 현재 136만 톤에 이르는 쌀 재고량도 문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국민 혈세 세금으로 쌀을 매입하겠다고 하지만 면세점 상품과 같은 재고는 다른 방도도 없다.

경기회복 사이클에 따라 재고가 소진되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재고를 소진하거나 과도하게 쌓이면 국민경제는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대규모 재고 처리 → 생산량 급감 → 고용 위축 → 실업 증가 → 소비심리 하락 → 소비감소 → 성장률 급락으로 이어진다. 임계점에 이른 재고물량이 저가로 시장에 풀릴 경우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저가 재고 떨이는 기업에게는 손실로 돌아온다.

사업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소속 임직원의 고용을 해결해야 하고 상품 재고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다행히 새로 시작하는 기업이 탈락한 기업의 임직원을 전원 고용 승계하겠다고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직원까지는 완전 고용 승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무조건 옥죄는 정부와 정치권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면세점의 허가권을 정부가 쥐고 있으면서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5년마다 면세점 특허심사를 하고 있다. 국회는 10여개 면세점 관련 법안을 제출해 면세점 업체에 추가적인 규제를 가할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면세업은 적극 육성해야 할 수출 효자산업이다. 내수산업이 아닌데 정부와 정치권은 특혜가 많다면서 옥죄기만 하려고 한다.

면세사업자를 선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반 글로벌 추세다. 선진국들은 면세업계가 대형화와 다양화되는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은 하이난도에 7만2000㎡ 규모의 세계 최대 면세점을 열고 자국민 해외관광객의 수요를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은 군사보호구역인 진먼섬을 면세점 왕국으로 바꾸고, 일본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2만개의 미니면세점을 두겠다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 자동차만큼 중요한 면세점

면세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특허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등 진입 규제를 혁파해야만 한다. 면세점은 대형화할수록 유리한 사업이다. 환율변동도 고려해야 하고 가격이 비싼 제품이기 때문에 재고부담도 크기 때문에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명품 브랜드를 가진 기업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형화, 전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가 가장 잘 설명되는 면세사업은 화려한 매장, 넓은 입지 등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면세산업은 세계 1위지만 업체는 아직도 순위 안에 드는 기업은 없다. 세계적 면세점 업체들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세계 2위였던 스위스 듀프리는 뉘앙스, 이탈리아 WDF를 인수해 미국 DFS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정부와 정치권은 아직도 성장하기도 바쁜 기업들에게 독과점이 문제라면서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당연히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들 국내기업들은 국제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낮다. 세계 1위 듀프리, DFS와 경쟁도 하기 전에 안방에서 발목이 잡힌 채 싸워야 할 판이다.

코리아 브랜드를 높이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것은 한국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쉽게 노출되어야 한다. 런던, 파리, 로마, 뉴욕의 국제공항에서도 한국기업이 진출해야 한다. 면세사업권이 특혜라는 생각을 버리고 국내 시장점유율에만 안주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폰, 자동차만큼 면세점도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효자산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길 기대해 본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