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주주 환원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최근의 변화 조짐이 외국인들에게 장기적 투자 매력을 부각시킴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완화될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들의 기대와는 상반된 반응이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50.41%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7일(50.3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전례 없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후 외국인은 되레 3천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 6일 이후부터는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신흥시장과 위험 자산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이번 자사주 매입을 '장기 보유'보다는 '차익 실현'의 기회로 바라본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있어 왔다"며 "이번에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자사주 매입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과거 국내 대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을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방어 등 주주가치 제고와는 무관한 용도로 이용해온 점도 외국인들의 '의심'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와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낮은 배당성향과 함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혀온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계열사 정리,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여전히 냉랭하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스위스의 로베코샘(RobecoSAM)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순위는 전체 평가 대상 60개국 중 37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코(20위), 폴란드(26위), 헝가리(27위), 칠레(28위) 등과 같은 신흥국보다도 낮은 순위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한국의 ESG 순위는 30위권 중반에 계속 정체된 모습"이라며 "최근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 등에 힘을 쓰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이 크게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ESG 활동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