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작업병 의심사례 모든 질환환자 보상

[미디어펜=백지현/이미경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암이나 희귀질환 등 작업병 의심사례에 해당되는 모든 질환환자를 대상으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되는 대상은 지난 5년간 접수된 암환자 108명을 포함한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는 25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지난 1년간 진행한 SK하이닉스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했다./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는 25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지난 1년간 진행한 SK하이닉스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검증위는 보상규모와 관련 “SK하이닉스에서 5년동안 발생한 암환자는 108명이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모를 정할 수 없지만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보상금액에 대해선 “여러 불확실성 변수가 있지만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증위가 이같이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가운데 작업병 의심사례에 해당하는 전 질환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한 이유는 “작업병 의심 사례에서 작업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유해인자의 상당한 노출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직업병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어려운 질병은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 이로 인해 본인과 가족이 겪는 고통과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대립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검증위는 지난해 한 언론에서 ‘SK하이닉스의 직업병’ 문제를 제기하자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를 받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10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후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성분이나 독성을 알기 어려웠던 영업 비밀물질 중 작업자들에게 노출가능성이 높은 물질 등을 분석해 근로자의 직업병간 인과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증위의 조사결과, 일부 공정에서 포름알데하이드 등 유기 화합물질, 비소 등 중금속 엑스레이(x-ray)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노출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또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 감상선 암이 전체의 56.5%(61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종양(10.2%), 위암(9.3%), 유방암(8.3%)이 뒤를 이었다. 갑상선암의 경우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남성은 1.2배, 여성은 1.6배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다른 암들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증위는 “검증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다수 확인했으나,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해인자에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은 반도체 직업병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대안으로 근로자의 심각한 질병들에 대해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건강손상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유지에 필요한 기본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지원대상자로는 재직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도 포함토록했다. 지원 대상 질환으로는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포함시킴으로써 누락 가능성을 없애고 지원대상자를 최대화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검증위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의 연구 결과 과거 작업환경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연구·조사했음에도 반도체 사업장과 직업병 간 인과관계 평가는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의심사례로 나타난 모든 질환환자를 대상으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전현직 SK하이닉스 임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까지 지원·보상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빠른 시간 내에 노사와 사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 위원회를 결성해 관련 질병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외부의 검증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은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라며 “검증위가 제안하는 지원보상안과 개선안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의심사례에 해당하는 질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