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연말 증시를 떠받치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 연기금의 매수 여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수급 지지에 대한 기대가 당분간 더 유효할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7∼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며 주식 5천894억원 어치를 쇼핑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9일 하루를 제외하고 내리 '팔자' 기조를 유지하며 6773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기간 코스피는 66.40포인트(3.42%) 상승했다. 연기금은 순매수 기간 업종 대표주를 골고루 바구니에 담았다.
연기금의 순매수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786억8600만원)가 차지했다. 이어 LG화학(564억6900만원), 한미약품(453억7700만원), SK이노베이션(449억9500만원), 아모레퍼시픽(413억4900만원) 등 순으로 연기금의 '러브콜'을 받았다.
연기금은 지난 10월 연기금 수급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이 인사권 충돌로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우려와 파리 테러 등 글로벌 악재로 코스피가 1940선까지 밀리자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이 기간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전체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LG화학(929억7000만원), 한미약품(893억6000만원), 동부화재(816억4700만원), SK이노베이션(773억9000만원) 등이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4천179억6300만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우(1983억7500만원), POSCO(1254억4100만원), 호텔신라(1036억5400만원), 현대차(694억8700만원) 등을 바구니에서 덜어냈다. 외국인은 대신 동부화재(2427억4300만원), 아모레퍼시픽(858억9700만원), LG디스플레이(542억5000만원)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당분간 연기금을 위주로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편입 목표비중을 감안하면 올해 4분기에만 4조원 이상의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계절적으로 11월, 12월에 순매수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완만한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변수에 따라 시장에 충격파가 전이돼도 연기금의 수급 지지력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다만 연말 코스피가 1970∼2050 내에서 등락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00 이상에서는 행보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박스권 장세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연기금의 지수 구간별 매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연기금은 2,000선 이하 구간에서 인덱스 방어와 저점 매수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간별로 보면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는 코스피 2100선 이상과 2100∼2050 구간에서는 각각 1조2600만원과 1조1500만원에 그친 반면 2050∼2000 구간에서는 3조8300만원, 2000∼1950 구간에서는 10조100만원, 1950선 이하에서는 12조7800만원으로 늘어났다.
김용구 연구원은 "시장이 2000선 위에서 움직일 경우 연기금의 수급은 대형 수출주 가운데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부각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