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없는 다툼 그만두고 정치신인·중진 균형 있는 발탁을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총선이 말 그대로 내년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새누리당의 게임의 룰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룰을 가지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잠시 휴전에 들어간 모양이지만 정리가 되는대로 다시 싸움은 시작될 것이다. 양쪽의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김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는 상향식 공천이란 명분을 쥐고 여론조사 일반국민의 비율을 가능한 최대치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고 친박계는 현행 당헌당규대로 당원과 일반국민 비율을 반반씩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박계가 상향식을 고집하는 덴 훌륭한 명분과 그 밖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현역에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행을 고집하는 친박계는 확실한 친박계 인사들을 국회로 보내기 위해선 일반국민보다 당심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는 새누리당 공천룰 다툼을 보면 도대체 그 중심에 국민이 있긴 한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운다. 표면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설득력이 있다. 김 대표는 또 최근 경남도당 당원 체육대회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매 4년 공천 때마다 '바뀐다, 안바뀐다'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어서 되겠냐. 이런 비민주적인 정당정치는 이제 중단돼야 할 때가 됐다” 새누리당이 총선 때마다 권력이 찍어 누르는 계파공천을 더 이상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이 주장도 당연히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렇다고 김 대표가 보인 현역 중심의 사고방식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생각 역시 당내 계파나 권력, 역학관계를 따진 것이지 근본적으로 국민 입장에서 고려한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잘못한 것이 없어도 무능하거나 지역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지 못한 현역이라면 당연히 물갈이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 총선이 말 그대로 내년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새누리당의 게임의 룰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룰을 가지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실한 정치인’ 찾으려면 계파 초월한 공천, 절묘한 한 수가 필요하다

지금 새누리당의 공천룰 싸움이 허망하게 보이는 이유는 정작 가장 중요한 국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친박과 비박간의 공천룰 전쟁에는 현역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친박계를 더 심겠다는 욕망 외에는 다른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만일 양 계파가 진심으로 국민을 우선 생각했다면 이렇게 공천룰을 가지고 오랜 씨름이나 하고 있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양 측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정작 박 대통령이 말하는 ‘배신의 정치’ 심판과 ‘진실한 사람’을 선택할 국민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쟁의 기본규칙도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정치신인들과 예비후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러는 사이 기득권을 가진 현역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나 들린다. 이런 현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여기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김 대표의 명분이나 진실한 정치인을 선택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호소가 어디에 있다는 건가.

친박이란 간판 하나 달았다고 그것이 진실한 정치인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정치인이란, 단지 대통령을 향한 해바라기 정치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박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정치인이란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진심과 희생정신을 가진 정치인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연히 계파정치는 아닐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상향식 공천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의미가 현역 기득권을 지켜주자는 뜻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할 일은 분명하다. 공천룰을 놓고 계파 간 줄다리기를 하느라 시간을 더 허비해선 안 된다.

공천을 위한 준비를 하루빨리 마무리해 진실한 정치신인은 과감히 발탁해 공천하고 경험과 노련미를 갖춘 중진 정치인들도 망설임 없이 선택하는 계파를 초월한 균형있는 공천의 절묘한 한 수가 필요하다. 진실한 정치인이 절실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공천만이 청와대와 여당이 보조를 맞추는 길이고, 그것이야말로 지지자와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길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