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우려…자산운용 비율 총사산의 3% 제한 완화해야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지난 23일, 서울 모 호텔에 배우 임시완씨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주요 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회사 CEO 등 각계 인사들이 모였다. 금융감독기관 수장인 임 위원장은 직접 컴퓨터 사이트에 접속해 자동차보험 상품 종류를 선택하고 성별, 차종, 가입연령, 보험가입경력, 담보종목, 보험대상 운전자 범위 등 몇 가지 기본정보를 입력한 후에 본인이 원하는 기준에 따른 상품별 보험료가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되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 날 임 위원장이 직접 보여준 것은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가격비교사이트 보험다모아다.

30일부터 시범운영 한 뒤 서비스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융감독기관 수장인 임 위원장이 직접 시연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보험사 간의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보험요율과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데 다양한 보험상품이 소개될 수 있을련지.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에 상당 수의 보험사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도 쉽게 하는 것을 보니 비교적 가입절차는 간단해 보인다. 그래서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처럼 구조가 단순하거나 정형화된 상품은 보험다모아가 편리해 보인다.

하지만 특약도 있는 생명보험인 경우는 상품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해 보장범위나 보험료가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의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현재까지도 홈쇼핑 보험판매가 불완전판매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례를 봤을 때, 보험다모아도 불완전판매가 가중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냥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온라인 상품 가입 개발을 더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정부가 나서서 온라인상품 사이트를 만들고 있으니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숨통이 트이는 줄 알았더니

금융산업의 3대 축인 은행, 증권, 보험 중에서 여전히 보험은 숨통이 꽉 막혀 있다. 아무리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금융산업 중 보험산업이라고 규제를 철폐해야만 산업이 성장하고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고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감독기관 수장의 의지를 보아 곧 보험산업의 숨통이 트이겠구나 기대하는 바가 컸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금융감독기관 수장은 법령에 있는 규제 뿐만아니라 현장에 숨은 규제들도 깊숙이 살펴보라고 강조해 왔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보험산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경쟁과 혁신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고 상품 개발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보험산업은 세제혜택 축소로 저축성보험 판매저조,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과도한 자산운용 규제, 민원 건수 줄이라는 감독당국의 압박 그리고 초고령화를 이슈로 한 보험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꼴이다. 나름 새로운 신성장 동력원을 찾고 있지만 저가 고보장 상품을 개발하라는 정부 압박까지 거세져 규제 부담만 늘어 더욱 더 차가운 겨울시절을 보내고 있다.

   
▲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열린 제6차 핀테크지원센터 데모데이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홍보대사 임시완과 함께 온라인보험슈퍼마켓 가입 시연을 하고 있다. 이번달 30일부터 소비자가 직접 인터넷에서 보험상품의 가격정보를 비교해 보고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보험다모아에는 손해보험사 13개사, 생명보험사 23개사 등 총 36개 보험사가 참가해 단독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6종 207개 상품을 선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규제 속에 갇힌 보험산업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자산 중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준비금이 절대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특수상황 속에서 자산 운영은 수익성·안정성·유동성·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되어 왔다. 보험회사의 자산 운용에 대해 자산 대비 투자비율 뿐 만 아니라, 조항 조항마다 까다로운 투자 및 자산 운용조건을 명시하면서까지 엄격히 규제받고 있다. 거기에 보험사는 대기업집단에 속해 소위 금산분리 미명하에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자유가 보장된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 등 서구 선진국가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본으로 자산운용자는 위탁자의 돈을 본인 돈처럼 철저히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다. 자유와 책임의 원칙 바탕 위에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굳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양적 규제를 채택하여 자산운용의 범위와 종류가 정해져 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들의 자산운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든 정보의 비대칭성에 오는 문제를 관리·감독당국이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규제를 강화하는 쪽이든 완화하는 쪽이든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나라별 특성상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나날이 다양·복잡해지는 오늘의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명한 기업 윤리경영이 정착되고, 신의성실에 입각한 자산운용만이 기업 생존의 지름길임을 자각하고 있는 가운데 양적 규제를 바탕으로 둔 감독체제는 구태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규제완화의 조류를 탔으면 하는 보험산업

생명사가 은행을 인수하려고 해도 현행 보험업법에선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대주주 및 자회사 발행 채권과 주식의 합은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60%로 제한되며 자기자본의 60%가 총자산의 3%보다 클 경우 총자산의 3%로 자산운용 비율이 제한되고, 대부분 총자산의 3%까지만 자산운용이 가능하다는 보험업법 조항이 있다.

보험회사가 은행을 인수·합병하여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보험회사들은 수익성과 위험관리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 규제완화라는 세계적 조류에서 해외투자를 할 만한 보험회사가 제한되어 있다. 하루라도 빨리 주식에 대한 소유제한도 없애고, 해외 투자기회도 더욱 더 넓히며, 비상장주식, 자회사소유 등에 관련된 여러 제약들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