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대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9일 내놓은 '기업부채 현황 및 기업구조조정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민간기업 부채는 1253조원 규모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82.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83.6%)과 비교해 소폭 낮아졌다.
또 기업의 부채 비율은 2009년 95.1%에서 지난해 79.2%로 개선됐고, 연체율도 지난 9월 말 현재 0.86%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 기업에서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커지고, 특히 대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급격히 늘었다. 대기업 한계기업의 부채 비율은 작년 말 231.1%까지 올라갔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커졌다. 같은 기간 운수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8.9% 포인트(13.3→22.2%), 철강업은 6.9% 포인트(5.9→12.8%) 상승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업 부채 문제는 이제 규모의 문제라기보다 양극화의 심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저성장이라는 '뉴노멀(New Normal)' 아래 부실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예전보다 크게 낮아지고 대규모 부실이 예상됨에 따라 어느 때보다 상시적·선제적 구조조정 체제의 성공적 정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기업 구조조정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외환위기 때는 부실기업을 처리하기 위한 사후적 구조조정 성격이 강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국내외 경기가 경기부양책으로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상당수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회생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해운 등 5대 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채권단과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선 엄격한 신용위험 평가를 토대로 부실징후기업을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은행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워크아웃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몰시한, 법원 파산부의 인력 확충 및 전문성 제고, 신용경색을 줄일 회사채 시장의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