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계급장 떼고 ‘맞장 결투’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의 분열 양상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내전을 치르며 서로 줄다리기를 하던 양상에서 안철수 의원의 ‘철수 생각’이 알려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을 받은 안철수 의원은 11일간의 장고 끝에 29일 입을 뗐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에 퇴짜를 놨다. 대신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역제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문재인은 대표직에서 사퇴하라’는 암시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는 사퇴를 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더 담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문 대표와 저를 포함한 모든 분이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경쟁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한다”며 주류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혁신안’을 내세우며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과오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
|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계급장 떼고 ‘맞장 결투’ 도전장을 던졌다. 안철수 의원은 29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에 퇴짜를 놨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를 지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머쓱해졌다./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의원은 “집권이라는 목표를 잃은 정당은 존립 가치가 없다. 현재 야당에는 답이 없다”며 “9월부터 혁신을 강조했는데 석 달간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그동안 문 대표가 주도했던 야당 혁신위의 활동을 수차례 비판해 왔다. 이 과정에서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에 대해 구체적 사례까지 지적하며 야당의 집권세력을 운동권 중심에서 전문가로 물갈이하자고 주장해 왔다.
안철수 의원의 ‘문안박’ 거부에 대해 주류와 비주류 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주류측은 “안 의원이 결국 계파정치를 비판하면서 비주류의 수장이 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당이 분열되면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비주류 측은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대규모 탈당사태 등 앙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문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안 의원의 고언은 당에 마지막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고 응원을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름다운 양보’의 길을 걷던 안철수 의원의 강력한 ‘승부수’에 휘청이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당내 갈등의 진폭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 앞서 28일 문재인 대표를 만나 최종담판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결국 문재인 대표의 ‘마이웨이’에 안철수 의원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안 의원도 ‘마이웨이’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당대회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지지 세력이 없어 실리가 없다”는 측근들에게 안철수 의원은 “당선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며 결연한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불발 땐 탈당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제안을 거부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법이 허용하는 법위 내에서 돕겠다”며 일찌감치 입장을 표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29일 안 의원의 거부 의사에 대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통합과 혁신을 통해 국민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해 앞으로 일정부분 중재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성사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책임은 피해가면서 실리는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공동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박원순 시장은 자기 사람을 원내 진입 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다.
안철수 의원이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에 거부함으로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계의 오랜 격언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끝없는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혁신안 카드로 돌파해 왔다. 안 의원이 문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게 된 배경에도 비노계가 친노계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비노계 인사들은 “문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중대 사안을 언론에 발표하기 전 전혀 상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입으로는 통합과 화합을 말하면서도 최고위와의 상의와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친노계 입맛대로 하자는 친노 패권주의 아니겠나라는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문안박' 연대에 대해서도 호남 비노계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는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최고위원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 당 지도부 권한을 대표 혼자 이렇게 나눠먹기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더군다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법적으로 선거 지도부가 될 수 없는 분이기에 동의할 수 없다. 박 시장을 앞세우면 선거 개입 논란 등으로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을 게 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안철수 의원에게 ‘문안박’이라는 공동지도부를 제안했던 문재인 대표는 10여일만엔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안철수 의원에게 되레 내년 1월 ‘혁신전당대회’라는 공을 넘겨받았다. 문재인 대표는 다시 자신에게로 넘어온 공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면 승부수를 택한 안철수 의원의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탈당의 명분을 제공할 수밖에 없고, 받아들일 경우 주류의 반발을 피해 갈 수 없어 그야말로 문재인 대표로서는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문재인)밖의 안(안철수)’사태는 결국 잇단 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해 온 문재인 대표의 기득권 내려놓기 실패와 불통이 자초한 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