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누더기가 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중 FTA는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서명한지 숱한 우여곡절 겪으면서 6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야당을 얼레고 달랜 결과다.

하지만 한·중 FTA동의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1조원이라는 농어업상생기금을 놓고 위헌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당 대표까지 나서 “이렇게 재정을 축낼 바에야 FTA를 안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도 “FTA 하다가 나라가 거덜 나겠다. 농어촌에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기업과 정부가 농어민의 부담을 무한대로 떠안는 FTA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 한·중 FTA동의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1조원이라는 농어업상생기금을 놓고 위헌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당 대표까지 나서 “이렇게 재정을 축낼 바에야 FTA를 안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사진=MBN 캡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는 후속 절차를 거쳐 연내 발효하면 내년부터 연간 3조원 가까운 무역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며칠만 늦어졌더라도 FTA 효과가 1년 이상 지연될 뻔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FTA 발효는 하루가 지연될 때마다 40억 원의 수출기회가 사라진다. 올해 안에 비준되지 않으면 1년간 피해액은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한·중FTA로 모든 관세가 철폐되면 연간 54억4000만 달러(약 62조3000억 원)의 관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당·정·청과 경제계가 목을 맨 이유다.

하지만 야당은 FTA 비준안을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여당이 원하는 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법안을 '1대1' 비율로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준안도 처리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를 놓고 흥정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놓고 “새누리당은 야당에 큰 빚을 지는 만큼 예산안, 법안 심사 때 그 빚을 꼭 갚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일 정부와 여당은 경제활성화에 시급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4개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법안 중에는 지난 정부에서 제출한 것도 있을 만큼 방치된 법안들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교육공무직원(학교 비정규직)법 등을 들고 나와 또 다시 ‘법안 알박기’에 나섰다. 이들 법안 중에는 과도한 예산이 지출되거나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조항이 수두룩하다.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는 야당의 행태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안건은 ‘바꿔먹기’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노동개혁 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도 정기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야당의 연계 전략이 도를 넘으면서 국가 경제와 안보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야당이 국가의 장래와 민생에 직결되는 법안들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 하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손가락질속에도 시한부 19대 국회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국회의 끝이 정녕 궁금하다. 그리고 그 심판의 날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