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한국거래소가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매각제한) 면제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업 상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을 겪는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동의가 없어도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보호예수제도를 합리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3일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보유 지분에 관계없이 소재 불명이거나 최대주주와 이해를 달리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경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해 보호예수의무가 면제된다.

현재 거래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보유 주식을 일정기간(6개월) 매각 제한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보호예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종전에는 5% 미만 특수관계인에 한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호예수의무를 면제해왔으나 이번에 이를 5% 이상을 보유한 특수관계인까지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이다.

호텔롯데의 경우처럼 5% 이상 특수관계인이 보호예수에 비협조적일 경우 상장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취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의 주요주주인 광윤사(지분율 5.45%)의 지분 '50%+1주'를 가진 대주주로, 종전 세칙대로라면 신 전 부회장이 보호예수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영권 안정과 무관한 일부 주주에 상장이 예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해외 주요 거래소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현행 제도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별도 규정 없이 인수인과 자율약정을 통해 매각을 제한하고 있고, 홍콩은 상장규정상 보호예수의무를 부과하고는 있으나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주주에 대해서는 보호예수의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는 최대주주의 지배력, 전문경영인 체제의 구축·운영 정도, 특수관계인의 보유목적 및 매각 가능성, 특수관계인의 소유 지분 매각을 통한 최대주주의 변동 가능성 등을 실질적으로 판단해 보호예수 면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호예수제도를 합리화해 기업의 상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상장신청인의 최대주주가 명목회사(페이퍼 컴퍼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종전의 형식적 요건 외에 실질 지배력 여부도 포함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현재 상장신청인의 최대주주가 명목회사일 경우 이 명목회사의 최대주주까지 의무보호예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명목회사로 판단할 경우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율 28.1%)도 보호예수 대상에 포함하는 식이다.

그러나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실질 지배력이 확인되면 광윤사는 보호예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미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상장사이면서 영리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30% 미만이어야 한다는 등의 종전 기준만 가지고 명목회사인지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또 상장 질적심사기준 중 재무 안정성 관련 부채비율이 구체화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전체 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2배(300%)에 상당하는 수준으로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밖에 질적 심사기준과 상장계약서에 사회적책임활동(CSR) 관련 조항을 신설해 현재 CSR 이행 내용이나 향후 계획을 기재하는 등 상장기업의 CSR 인식도 제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