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두고 제2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재신임 정국을 돌파할 때에도 내세웠던 기존 ‘혁신안’을 밀어붙이면서 시간끌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문 대표는 2일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역제안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하루 늦게 자신의 측근인 노영민 의원의 ‘시집 강매’에 대한 당무감사만 지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는 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은 뒤에야 내놓은 미온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야당 내 계파갈등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 독식을 우려한 비주류의 반발로 시작됐다. 비주류의 거센 반대에도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혁신안을 밀어붙이면서 문 대표가 지속적으로 내세운 것은 ‘현역 20% 물갈이’가 포함된 ‘인적쇄신’이었다.

문 대표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혁신은 혁신안을 실천하면서 인적쇄신까지 가는 것”이라면서 혁신전대를 제안한 안 전 대표를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최근에만 두 차례 벌어진 측근의 ‘갑질’ 논란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고 학교를 압박한 신기남 의원, 자신의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놓고 자신이 펴낸 시집을 팔아온 노영민 의원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혁신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공천이나 탐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도 있다. 더 이상 혁신안은 당의 쇄신이 아닌 문 대표의 공천권 장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비주류들이 반발하는 원인이자 문 대표의 리더십이 버티기 힘든 이유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혁신안을 밀어붙이는 문 대표와 이를 폐기하는 대신 ‘혁신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뽑자는 안 전 대표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두 전현직 대표가 겪고 있는 감정싸움의 골이 깊어지자 파국은 막아보자는 것이지만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오는 중재안마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나 안 전 대표 두 사람이 화합해서 공동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두 사람 모두 백의종군해서 물러나고 새로운 전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극단적인 제안도 쏟아졌다.

범주류 중진들은 문·안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타협점을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희상·원혜영·박병석 의원 등은 중앙위를 열고 문·안을 합의 추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비대위를 구성해 문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기존 혁신안을 관철시키는 방안도 논의됐다.

충청권 의원 9명도 회동을 갖고 문·안을 투톱으로 하는 공동선대위원회 구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최고위원들은 문 대표를 제외한 채 별도 회동을 가졌으나 혁신전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만 다수 제기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두고 제2의 위기를 겪고 있다. 문 대표는 2일에도 안 전 대표가 역제한안 혁신전대에 대한 입장을 보류한 채 지난 재신임 정국을 돌파할 때에도 내세웠던 기존 ‘혁신안’을 밀어붙이면서 시간끌기에 들어간 모양새다./사진=미디어펜

비주류들은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방안을 고수 중이다. 주류·비주류가 골고루 참여하는 임시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또 전당대회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 비상대책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또다시 문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문 대표께서 당의 지도자로서 분란에 빠진 당을 조속한 시일 내에 수습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주 중에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지도부가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만드는 것이 원칙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들러리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강한 반발을 표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가 1일 광주에서 “제안하는 사람 이름이 왜 맨 처음에 나오냐”며 ‘문안박 연대’에 대해 묵은 감정을 표출한 일도 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도 같은 날 “사실 문 대표가 제안하기 전 안 전 대표께 이걸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 방식을 보고 반대했다”며 문 대표의 지난 발언을 곱씹었다.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는 날 문 대표가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인 공천이나 탐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당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라고 다시 날을 세웠다.

정작 문 대표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측근 의원들 사이에서 혁신전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끝내 야당이 분열할 우려고 커지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전당대회를 하려면 지금까지 진행해온 여러 혁신방안들이 중단되어야 하고, 얼마 전에 있었던 재신임 절차가 모두 부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평가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되고 총선 일정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이 만든 당을 탈당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와중에 문 대표의 측근이자 당 혁신위원을 지낸 바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새정치연합의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으로 문 대표에게 안 전 대표와의 전면전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내려갈 사람은 내려가야 하고, 올려야 할 사람은 올려야 하고,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하고, 싸울 사람과는 싸워야 한다”라며 “그런 연후 다시 만나야 한다. 정당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발전해왔다”라고 했다.

안 전 대표가 광주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조 교수는 “(안 전 대표는) ‘왜 호남만 물갈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하면서, 호남 현역의 기득권 보장을 암시한 것은 호남 현역의 지지가 필요한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호남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문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기존의 혁신안으로 이번 총선을 치를 요량으로 버티기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이미 권력을 양손에 쥔 채 오히려 비주류를 향해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붙이는 주류와 이에 반발하는 비주류가 평행선을 달리는 새정치연합의 상황에 대해 ‘DJ·YS가 살아와도 풀 수 없는 전대미문의 파국적인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