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화석연료 의존 재생에너지 비중↓
정부·기업 확산노력 부족 '현재진행형'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올해 4월 각국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87%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내에서만 보면 애플은 이미 사무실, 매장, 데이터센터 등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목표를 지난해 달성했다.
애플 전세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1년 20%, 2012년 48%, 2013년 72%로 증가했다. 애플 매장은 전세계에 450여개 있으며, 이 중 미국(265개), 영국(38개), 독일(14개), 호주(21개), 이탈리아(15), 스페인(11) 등 360여개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모든 소매 매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소 건립 계획을 알린 애플은 앞으로 매장을 포함한 전세계 사업장에 재생에너지를 적용할 방침이다. 태양광, 풍력, 소규모 수력, 바이오가스, 지열 등 화력이나 원자력 외의 청정 대체에너지만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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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현재도 지나치게 높아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사진은 태양광 집열판. / 미디어펜 자료사진 |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독일은 정부 주도 아래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를 보장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산업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력 강화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에너지 기업을 위한 저리의 융자와 각종 지원금을 확대하는 데 힘써왔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에너지 자립화와 기술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재생에너지의 생산비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에 높은 수준이고 재생에너지 시장 형성 또한 미미한 실정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5 재생에너지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차 에너지 총 공급량(TPES)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1%로 잠정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회원국 평균(9.2%)에 크게 못 미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990년(1.1%)부터 25년 동안 한결 같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차에너지 총 공급량 가운데 석유(35.6%)와 석탄(30.5%)의 비중이 특히 높았다. 이어 천연가스(16.3%), 원자력(15.4%), 재생에너지(1.1%), 기타(1.1%) 등의 순이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바이오연료 및 폐기물에너지가 72.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수력(12.2%), 풍력(3.6%), 태양광·조력(7.4%), 지열(4.0%) 등의 뒤따랐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은 무엇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제성 위주로 값싼 원자력이나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확대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는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과거 정부에서 녹색성장을 선언하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 여건도 다른 나라보다 나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다시 말해 시장수요 창출, 기업 유인정책 개발 등 재생에너지 산업규모 확대에 정부의 확산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다른 나라는 에너지 수요가 어느 정도 안정돼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쓰면서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절대량은 늘었지만 비중은 눈에 띄게 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해상 풍력과 조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은 태양광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활용에서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적으로 아직 취약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력을 강화하고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