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상구 조작 행위 무관용 방침…형사고발·민사소송까지
보조배터리 화재 위험 관리 강화…기내 사용 제한·유실물 처리 기준 상향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업계가 대응 기준을 한층 촘촘하게 정비하고 있다. 비상구 조작 시도와 기내 화재 위험을 동반한 보조배터리 문제까지 겹치며 항공사들은 단순 주의 환기 수준을 넘어 무관용 원칙과 사전 차단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기내 비상구 조작, 보조배터리 과열 등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항공사들이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불법 여부와 별개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과 예방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기조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내 비상구 조작 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향후 탑승 거절까지 포함한 무관용 대응 방침을 공식화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시도한 사례는 모두 14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11~12월에만 두 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문제의식이 다시 부각됐다.

비상구 조작은 항공기의 운항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항공보안법 제23조는 승객이 항공기 내 출입문·탈출구·기기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해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제주발 항공편에서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열어 항공기 출발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킨 승객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사진=대한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은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내부 매뉴얼과 관련 법령에 따른 엄정 대응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상구 조작 등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고 있으며, 대한항공과 동일하게 어떠한 관용도 없이 관련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역시 비상구 조작 등 기내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보안법 제23조 '승객의 협조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내부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항공보안법에 따라 해당 승객에 대한 탑승 거절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도 기내 비상구 조작 등 불법행위 발생 시 객실승무원 업무교범에 따라 불법행위 녹화, 경고, 제압 및 구금, 경찰관서 인계까지 단계별 대응을 실시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역시 내부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공항 경찰대 인계 등 안전 보안에 위배되는 사항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현재까지 형사 고발이나 탑승 제한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비상구 조작 대응과 맞물려 항공업계가 중점적으로 관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 화재다. 최근 항공사들은 기내 화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반입·보관·사용 기준을 세분화하고 있다. 보조배터리는 불법 물품은 아니지만, 화재로 이어질 경우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대상 위험 요소로 분류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탑승수속 카운터, 직영 라운지, 기내에서 습득된 물품 중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리튬배터리 일체형 무선 고열 전자기기 품목들에 대해서는 즉시 폐기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에서 나온 유실물과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확인하면서 초과된 보조배터리 등에 대해 전량 폐기하는 것으로 지침을 정리했다"며 "리튬배터리로 인한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월부터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보관·충전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탑승 전 SNS와 공항·기내 안내를 통해 승객 고지를 확대하고, 항공기당 격리보관백 2개 의무 탑재, 모든 기종 수하물 선반에 온도 감응형 스티커와 'No Battery Inside' 태그를 적용하고 있다. 기내에서 습득된 보조배터리는 30일간 보관 후 폐기하며, 발견 즉시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주항공은 절연테이프 현장 제공, 화재 발생 시 배터리를 격리 보관할 수 있는 파이어 컨테인먼트 백 의무 탑재, 온도 감응형 스티커 부착 등 현장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No Battery Inside' 안내 태그도 부착하고 있다. 기내에서 발견된 유실 보조배터리에 대해서는 지난 2월부터 즉시 폐기하는 기준을 적용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 화재 위험과 관련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기내에서 습득된 보조배터리 등 화재 위험성이 있는 물품은 지난 5월부터 유실물센터 접수 단계에서 즉시 폐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보조배터리 사용 자체를 강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월부터 국내·국제선 전 노선을 대상으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기내 반입은 가능하지만 이착륙과 순항 전 구간에서 충전 등 사용은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기내 유실물로 습득된 보조배터리는 승객 편의를 고려해 14일간 공항 지점에서 보관한 뒤 처리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사별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기내 안전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안내와 고지를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항공사들은 탑승 전 위험물질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기내 방송과 안전 브리핑 카드 등을 통해 금지 사항과 준수 사항을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비상구 좌석 승객에 대해서는 탑승 전후로 비상구·출입문 임의 조작 시 항공보안법에 따른 처벌 내용을 별도로 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구 조작이나 보조배터리 화재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항공사들이 승객의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 요소를 관리 대상으로 보고 대응 기준을 한층 촘촘하게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