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후속조치로 개정안 공포·시행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사실상 보험료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었던 표준이율이 내년부터 폐지를 앞두면서 보험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보험료 책정에 대한 자율권은 커졌지만 '표준'이 없어져 보험료를 너무 높이게 되면 소비자에게 외면을, 업계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할 경우 담합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었왔던 표준이율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KBS 뉴스화면 캡처.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공포 및 시행을 통해 내년 11일부로 표준이율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른 후속조치로 진행됐다.
 
표준이율은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차후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아놓는 표준책임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을 말한다. 표준이율은 지난 20014월 보험상품 가격 자율화 이후 보험료를 낮춰 보험사들끼리 과당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보험사의 재무구조가 불량해지지 않도록 금융감독원에서 매년 한번씩 정하고 있다.
 
보험사에서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표준이율이 정해지면 암묵적으로 이를 보험료 책정 기준인 예정이율에 적용해 사실상 보험료 가격을 통제하는 요소가 되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격 획일성을 초래하는 표준이율 제도를 폐지해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결정하도록 하여 경쟁을 통한 보험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자 이번 개정안을 추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표준이율 폐지로 보험사의 자율권이 확대됐다""지금까지는 표준이율 변동폭안에서만 보험상품을 만들 수 있었는데 표준이율이 폐지되면 좀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표준이율 폐지가 추진되면서 보험사들에게는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기준금리가 1% 후반대임에도 예정이율 3% 중반을 형성하는 등 표준이율로 인해 발생했던 고금리정책을 탈피하고 보험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예정이율을 인하해 보험료가 상승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보험업계는 눈치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보험료 현실화를 위해 가격을 올릴 경우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고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경우 담합을 의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지나치게 가격을 낮게 형성하는 보험사들이 생겨날 경우 시장에 혼탁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이 비싸게 가격을 형성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타사와 동떨어진 가격을 형성하기도, 그렇다고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면 담합을 의심할 수 있는 등 난처하다""이에 업계에서도 대형사들을 바라보며 서로 먼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