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리스크 수습 최우선… CEO 교체 등 위기 관리
"CEO별 리더십, 경영 성과 가를 핵심 변수될 전망"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국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오는 2026년을 대비해 올 한 해 업계를 뒤흔들었던 해킹 리스크를 수습하고 AI(인공지능) 사업 수익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해킹 사고 여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장 교체 등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 SKT, 법조 출신 정재헌 CEO 교체로 리스크 최소화 주력

   
▲ 정재헌 SKT CEO./사진=SKT 제공


우선 SK텔레콤(SKT)은 창사 이래 최초로 법조인 출신 정재헌 CEO를 선임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 CEO는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지난 2020년에는 SKT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한 뒤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 등을 거치며 ESG·CR·PR과 그룹 거버넌스를 총괄해 왔다. 이에 정보보호·AI 윤리 법제 기반의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SKT의 내년의 최대 과제로는 '비용 통제'가 꼽힌다. 정보보호 부문 투자 확대와 주파수 재할당 등으로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둘러싼 행정소송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정 CEO는 취임 이후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CEO의 C는 체인지(Change)"라며 전사 혁신과 AI 사업 가속화를 강조했다. 이에 SKT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AI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익 모델이 리스크 회복의 핵심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CEO는 고객 신뢰가 흔들린 MNO(이동통신사업)을 본질로 삼아 품질과 보안 안전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내부 전문가' 박윤영, 차기 KT CEO 내정… 조직 안정 방안 고심

   
▲ 박윤영 차기 KT CEO 내정자./사진=KT 제공


KT는 해킹 사태로 김영섭 대표가 연임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최근 이사회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쳐 '정통KT맨'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박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CEO로 선임될 예정이다. 박 내정자는 기술 개발과 신규 사업, 사업 추진을 두루 거치며 조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현재 KT는 무단 소액 결제 및 개인 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 고객 위약금 면제' 부담도 크다. 박 내정자는 우선 별도 외부 메시지 없이 조직 안정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그간 MS(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 등 AI·클라우드 전략을 추진해온 KT는 해킹 사태 여파로 AX 경쟁력 강화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업계에선 박 내정자가 취임 후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확충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올해 정부가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도 고배를 마신 만큼 관련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LG유플러스, 홍범식 대표 체제 유지… AX 성과 '속도'

   
▲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현 홍범식 대표 체제 하에서 'AX 성과 내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AX 중심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을 신설해 '익시오'를 바탕으로 한 B2C 서비스를 발굴하고 AX 사업에 집중하는 취지에서 기술적·인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LG유플러스 역시 보안 리스크 측면에선 지난 10월 해킹 정황 지연 신고 논란과 더불어 최근 AI 통화 비서 서비스 '익시오'에서 통화 정보가 노출된 사고가 불거진 바 있다. 다만 업계를 중심으로는 일단 LG유플러스가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LG유플러스도 내년부터 AI 사업 확대와 수익화에 속도를 내며 분위기 전환을 노릴 전망이다. 특히 '익시오'의 가입자 확대에 주력하며 유료 서비스로의 전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통신사별 CEO의 리더십이 내년 통신3사의 경영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킹 사태 이후 신뢰 회복과 함께 AX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CEO의 대응 방식과 전략적 선택이 성과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는 신뢰 회복과 AI 전환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며 "각 CEO가 어떤 리더십으로 위기 대응과 신사업 추진에 나서는지가 내년 경영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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