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기호 2번이냐” vs “기호 3번이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지루했던 ‘핑퐁게임’이 결국 ‘각자도생’이라는 결별 수순에 접어들자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최후통첩인 혁신 전당대회 개최 요구에 즉답을 피하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0일로 예정돼 있던 대전대 지역협력연구원 초청특강 강연까지 취소하며 부산 본가로 내려가 또 다시 장고 모드에 돌입했다. 7일 서울 자신의 집을 떠난 안철수 의원은 1주일 가량 지방을 다니며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한편 탈당이든, 연대든 문재인 대표를 전방위 압박한다는 속셈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이 제안했던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한 문재인 대표에게 다시 한번 재고를 요청하며 “문 대표가 다시 당선된다면 저는 깨끗이 승복하고 문 대표를 적극 도울 것”이라며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묻지도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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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호 2번이냐” vs “기호 3번이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간의 지루했던 ‘핑퐁게임’이 결국 ‘각자도생’이라는 결별 수순에 접어들자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표는 7일 “오늘도 대답을 드리기 난감하다”며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손을 잡고 단합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문재인 대표는 “문·안·박 협력 체제를 제안했는데 만약 그 방안이 적합하지 않다면 또 다른 방안이라도 그런 협력체제가 모색돼야 한다”고 밝혀 결국 혁신 전대는 받을 수 없음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결별이 다가옴이 따라 당내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 항의성 불참으로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많은 것을 가진 분이 더 많이 내려놔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고, 연석 불참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직 사퇴도 검토 중이다.
주류측은 혁신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한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이 당헌·당규에 수용되는 만큼 탈당 명분이 없고, 탈당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함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가 불참한 가운데 최고위원회를 열어 총선체제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 반영을 위한 당헌 개정안 발의 및 당규 개정안, 지역위원장 사퇴안, 궐위된 선출직 최고위원 선출관련 당규 개정안을 협의하고 9일 당무위원회, 14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주류측의 당 추스르기에 맞서 비주류즉도 ‘민집모’를 중심으로 이날 오찬을 함께 하며 향후 공동대응을 논의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그런 것(분열)을 두려할 필요 없다. 같이 못하면 쪼개서 가면 된다”고 사실상 탈당과 분당을 염두에 속내를 내비췄다. 한 비주류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결국 공천권을 장악해 비주류 중심으로 40~50% 물갈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당수가 그전에 나갈 것이고 당이 바닥까지 깨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대로라면 당도 죽고 문재인도 죽는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겠다”며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드러냈다. 문재인·안철수 중재 노력을 해왔던 중진그룹은 “침몰직전의 난파선이자 세월호 상황과 같다”며 황망해 했다. 결국 문재인·안철수의 ‘마이웨이’에 모두가 길을 잃은 모습이다.
최원식, 문병호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5명도 모임을 결성하는 한편 문재인 대표에게는 사퇴를,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탈당하지 말라며 촉구하는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입장을 냈지만 안철수 의원이 탈당 수순을 밟을 경우 비주류 현역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관심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경우 같이 움직일 현역의원이 얼마냐에 쏠리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분당으로 이어질 경우 야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결단을 내리면 20~30명의 현역의원이 탈당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SNS상에는 20여명의 탈당 의원 리스트까지 돈다. 한편에서는 주류든 비주류든 ‘문재인 만으로는 안 되지만 문재인 없이도 안 된다’는 기류를 들어 탈당 의원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주류도 ‘탈당’보다는 ‘구당’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모습에서 읽을 수 있다. 비주류 핵심 모임인 민집모는 이날 오찬회동에서 분당보다는 ‘구당모임’(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을 결성했다. 구당모임에는 김동철 강창일 김영록 김영환 노웅래 문병호 박혜자 신학용 장병완 정성호 최원식 이윤석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 탈당설이 제기된 의원들 일부도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조차 “안 전 대표가 나가면 우리당 지지율의 6~7%는 떨어진다”며 “안 전 대표와 누가 함께 움직이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안 전 대표의 탈당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탈당이든 분당이든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기호 2번’을 버리고 ‘기호 3번’을 선택해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입으로는 ‘새정치’를 부르짖지만 속으로는 ‘기득권’에 대한 미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