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엔지니어링이 자본확충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국민연금기금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8월 11일 기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3.9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5.01%)에 비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삼성SDI(13.10%)와 삼성물산(7.81%)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 보유 지분을 제외하면 단연 '큰손' 주주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최대 3천억원(20%)까지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국민연금이 증자에 불참하면 삼성엔지니어링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일단 개별 투자 종목에 대한 언급을 삼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에 관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규정은 '기금의 이익이 최대화되도록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주가 하락으로 단기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는 1억5600만주에 이른다. 현재 발행주식수 4000만주를 합치면 증자 후 주식수는 모두 2억주에 육박한다.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 규모는 현재 시가총액 5580억원의 2배가 넘는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가총액 대비 2배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발행주식수 증가에 따른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며 "단기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민연금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우선시한다면 단기 손실을 감내하고 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실 우려와 예상되는 비난 여론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에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측은 합병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과의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연금뿐 아니라 주가 급락에 불안을 느낀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서 양사의 합병은 불발로 끝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해 SK C&C와 SK의 합병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 결정을 내린 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안은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3년에는 만도가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기존 주주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관건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은 기관투자가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주주 입장에선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대기업의 증자 참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더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증자 후 영업 정상화를 낙관하기 어려워 신중하게 참여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과 정부의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갈등을 빚다가 잇달아 교체되는 등 인사 내분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