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23일째 ‘도피쇼’에 8일 강신명 경찰청장이 ‘최후통첩’을 하자 9일 대한불교조계종이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고 나면서 조계사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9일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며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8일 오후 4시쯤 조계사를 찾은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상균 위원장이 24시간 이내에 조계사에서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조계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같은 날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조계사를 방문 “한상균 위원장의 법 위반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이 최후통첩으로 못 박은 24시간 이내는 오늘(9일) 오후 4시다.
이에 대해 9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은 발표문을 통해 “경찰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하며 “조계사와 화쟁위원회는 한상균 위원장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내를 통한 대화와 타협만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유일무이한 길임을 한시라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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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 공권력 투입과 관련, 조계종의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사진=YTN 캡쳐 |
조계사의 입장이 의심쩍다. 그동안 불자의 반대에도 조계사 화쟁위원회는 ‘평화적 대화’를 내세워 23일간 은신처를 제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상균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신도들에 의해 한 위원장은 ‘팬티바람’으로 버티기도 했다. 사찰이 수배자 은신처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여론도 거세다. 한상균 위원장은 당초 조계사측에 6일까지만 머물겠다고 약속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겠다”며 다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버티기를 작정하면서 조계사에 읍소와 비난을 동시에 퍼부었다.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스스로 나가겠다는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한 위원장은 “노동법이 저지될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읍소했다. 신도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한상균 위원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종단과 신도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옆방에서 흘러오는 MSG 향에 컵라면 고문을 당했다’, ‘(조계종)이 요즘은 권력의 눈칫밥을 드신다’,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조계사) 신도회 고위급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했다’,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잇다. 객(客)으로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 한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조계종단과 신도들은 적반하장이라고 분개했다. 8일 오후에는 신도로 구성된 ‘회화나무 합창단’ 소속 여성단원 40여 명이 한 위원장이 은신중인 관음전 4층으로 올라가 “한상균을 끌어내라”고 외치기도 했다.
조계사는 정녕 신도들과 국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국가 공권력보다 수배자 한상균 위원장이 더 중하다는 말인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와 신도들을 향해 쏟아낸 독설에 제발 저린 이유가 있는 것일까? 수배자 신분인 피의자를 보호하는 것이 종교의 목적일까? 그로 인해 수많은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 손해를 본 피해자들은 보이지 않는가? 지난 23일간이나 은신처를 제공하면서 대화한 결론이 공권력 투입은 종교탄압이란건가?
조계사가 보호하고 있는 수배자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두려워 말고 서울의 모든 거리 점령하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로 진격하자”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총궐기 투쟁을 시작으로 12월 노동자를 위한 강력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포한다”고 외치며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피의자다.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자”고도 했다.
한상균 위원장의 섬뜩한 말을 이것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국민을 진도 앞바다에 수장한 정부” 민중총궐기 후 “살인 물대포로 쓰러진 백남기 동지” 등으로 투쟁을 넘어선 극혐오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조계사도 한상균 위원장이 버티고 앉은 이유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폭력 시위 등 8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의 속셈은 뻔하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과 19일 3차 서울 도심 집회와 연말까지 이어질 국회의 노동관련 입법 저지를 내걸고 조계사 눌러앉아 버티겠다는 것이다. 종교를 철저히 대정부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한상균이 바라던 그림이자 노림수였을까?
한상균의 신분은 범법혐의로 수배 중인 존재다. 그런 그에 대한 법집행을 종교가 나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애초에 내치지 않는 것이 종교의 선이라면 죄 지은 자의 정당한 법 심판을 막는 것은 종교의 악이다. . 그걸 막겠다는 건 나라의 법치를 흔드는 것이다.
죄 없는 중생이나 죄 지은 중생이나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죄의 대가는 달게 받게 해야 한다. 종교 탄압을 앞세워 범죄 혐의자를 은닉하는 종교라면 종교를 넘어선 자만이자 오만이다. 부처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조계사는 할만큼 했다. 이제 부처님의 품으로 귀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