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 비용 구조를 흔든다… 항공업계 실적에 드리운 환율 리스크
환헤지부터 기단 운용까지, 항공사별 대응 전략 갈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급락)하면서 달러당 15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산업계도 환율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출이 많은 업종에는 환율 상승이 유리하겠지만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종은 부담이 커진다. 이에 미디어펜은 고환율 시대에 국내 업종별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항공업계가 다시 한 번 비용 구조의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로 중장기적인 달러 강세 완화 기대가 나오지만 한국 역시 경기 대응 차원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올해 항공업계는 고환율을 전제로 한 경영 전략이 불가피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항공업계가 비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영업비용 내 높은 외화 비중으로 환율 변동 시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에 놓여있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의 연간 영업비용은 약 752억 원, 제주항공은 51억 원, 진에어 39억 원, 티웨이항공은 59억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기 리스료, 항공유(제트유), 정비 비용, 보험료, 일부 공항 사용료까지 달러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이 오르면 비용 구조 전반이 즉각적으로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항공유는 국제 유가와 함께 달러로 거래되며 전체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 계약 역시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체결돼 있어 환율 상승은 곧 고정비 증가로 이어진다.

◆고환율이 곧 비용…실적 흔드는 환율 압박

고환율 충격은 이미 항공사들의 실적에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각 사 실적을 보면 여객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평가손실과 달러 기반 비용 부담이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됐다. 

대한항공은 매출 규모를 유지했지만 정비·운영비 증가와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 줄었고,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LCC들 역시 매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임차료·정비비·유류비 부담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하거나 적자 전환했다. 

문제는 환율 부담을 요금 인상으로 즉각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항공권 가격은 경쟁 상황과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 비용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 특히 LCC의 경우 현재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저가 항공권 마케팅을 이어나가면서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수요 회복과 무관하게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은 점점 오르고, 항공권은 점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담은 커지는데 수익이 줄어드니 구조적인 어려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항공사들은 고환율을 상수로 둔 대응 전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항공기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환율은 통제 불가… 항공사들의 ‘방어 전략’이 갈린다

이에 항공사들은 고환율을 상수로 둔 대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환율 변동성 관리와 비용 구조 안정화 측면에서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항공사로 평가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환율·유가 변동에 대비해 금융 파생상품을 활용한 환헤지 전략을 상시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장거리 국제선 비중이 높은 노선 구조를 통해 달러 매출 기반의 자연 헤지 효과를 확보하고 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익 변화를 줄이기 위해 미리 환율을 고정하거나 변동 폭을 제한하는 금융 기법을 뜻한다. 항공사는 선물환 계약이나 통화 스와프, 옵션 등 금융 파생상품을 활용해 향후 달러 결제 시 적용될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는 방식으로 환율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완화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실제 결제 비용은 줄어드는 대신 환율이 하락할 경우 기회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완충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대응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결의하며 자본 확충을 추진했다.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자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부채비율을 개선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용 보강 없이 자체 신용으로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2019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최근 신용등급이 BBB+로 상향 조정되고, 대한항공과의 통합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시장 신뢰 회복이 재무 전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항공은 기단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고환율 부담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말 차세대 항공기 B737-8 8호기를 구매 도입하며 전체 여객기 44대 가운데 구매기 비중을 29.5%까지 끌어올렸다. 

리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구매기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달러 기준 리스료 부담을 완화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비용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기재 도입으로 평균 기령도 12.9년까지 낮아지면서 유류비와 정비비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제주항공은 기단 현대화를 통해 중장기적인 비용 구조 개선과 운항 안정성 강화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항공사들은 고환율이라는 공통된 환경 속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충격 흡수에 나서고 있다. 환율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헤지와 노선 구조, 재무 체력과 기재 전략까지 포함한 대응 역량이 향후 실적과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 강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한·미 금리차가 크게 줄지 않는 한 환율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제한적”이라며 “환율을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기재 구성과 리스 구조, 노선 포트폴리오 등 구조적 대응 여부가 고환율 국면에서 실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