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건설업계가 정부의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집단 반발하자, 금융당국이 또 한 차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의 주장을 들어보고 타당한 내용을 수용할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나 업계의 반발에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여서 당국으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일 여의도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간담회 대상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개정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삼성물산 등 25개 건설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회계관련 부서 임원진이다.

당국이 이미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기준원 등 유관기관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개월여의 논의 끝에 제고방안을 확정, 발표한 상태에서 이처럼 또다시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위는 TF 진행 과정에서 이미 CFO 등 실무자를 불러 5차례나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탄원서를 제출한 만큼 업계가 얼마나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지 다시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간담회에서 건설업계에서 원가 공개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업장별 공시 항목과 관련한 지적이 타당한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업계 주장을 제고방안에 일부 반영할 여지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제출한 탄원서에서 "주요 사업장별로 공사진행률·충당금·미청구공사 등을 공개하면 공사원가(원가율) 추정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곧 원가 정보가 외국업체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해 해외 공사 수주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이달 들어서도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금융위와 유관기관을 압박했다.

대한건설협회·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3일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수주산업 영위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내용의 공동의견서를 금융위와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다.

김 국장은 "정책 결정에 미세조정(파인 튜닝·fine tuning)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며 "제고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남은 기간에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