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이란 완장의 행패보다 더 심각한 위험 곳곳에 산재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지난 달 14일 민중총궐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한 사람에 온 나라가 끌려 다니다시피 하면서 피로감이 극심하다. 언론은 연일 그의 말과 SNS 글을 기사화하고 방송은 그가 지휘한 집회시위를 놓고 격론을 벌인다. 한상균 씨가 도피 중인 조계사에서의 분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를 언제까지 보호해야 하느냐 문제를 가지고 신도들과 승려들이 두 쪽으로 갈려 다퉜다. 결국 한상균은 10일 조계사 은신 24일만에 자진 퇴거했다. 한상균 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지난 시간이었다. 한상균의 자진퇴거로 모든 상황이 끝났을까? 그건 아니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여야도 한상균씨를 놓고 언쟁을 높였다. 여당은 즉각 체포하라고 난리고, 야당은 공안몰이 하지 말라며 맞대응을 해 왔다. 소위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도 이런 일에 빠지면 섭섭하다. 양측은 조계사로 득달같이 달려가 번갈아가며 한 씨에 대한 경찰출두 요구를 규탄하거나 그의 공권력 무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씨, 그가 가는 곳마다, 또 말할 때마다 나라는 두 쪽으로 쩍쩍 갈렸다. 대체 한상균이란 자가 이 나라에 어떤 존재라고 전체가 이토록 혼란스러운 난장판을 겪어야 하나.

대한민국 위에 군림한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완장

근 한 달 간 한 씨에 농락당하면서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공언은 큰 허풍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신분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의 일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쇠파이프와 같은 살상무기를 동원한 폭력 시위를 진두지휘해도 탈이 없고, 조계사와 같은 곳을 얼마든지 도피처로 삼을 수 있으며, 보호받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 안에서 또 다른 폭력시위를 선동한다.

그런 한 씨를 정부도, 정치권도, 종교인들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과 이 나라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공안탄압하지 말라”며 정부를 비난하고 한 씨를 두둔한다. 지금이 1980년대도 아닌데 단지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보통 국민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짓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도 국가와 국민이 참아줘야만 한다. 이 정도면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완장 권력이 이 나라 법 위에 있다는 점을 생생히 증명한 것 아닌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민주노총은 1995년 설립됐다. 노동현장에서 여러 운동권 계파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민노총에게 기업과 자본은 노동자의 고혈을 착취하는 절대악일 뿐이다. 반면에 노동자인 자신들은 절대적인 피해자이자, 자본이란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단결해야 할 선량하고 정의로운 집단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흑백논리를 고수하는 시대착오 집단이 바로 민노총이다.

미디어 앞에선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약자인양 떠들어대지만 뒤에선 연례행사처럼 임금인상 파업을 벌여 두둑한 고액 연봉을 악착같이 챙기는 위선의 집단이다. 이렇듯 대한민국 안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기득권 집단이 그러면서도 “자본독재를 끝장내자” “공안광풍으로 민중의 요구를 묵살하는 정권” “14일 민중총궐기와 12월 민주노총 총파업은 민주주의의 출발점”과 같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구경할 법한 시대착오의 구호를 앞세워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와 적나라한 탐욕을 가리고 있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4일에만인 10일 도법스님과 함께 사찰을 나오고 있다./사진=YTN 캡쳐
한상균의 사회파괴 행위보다 더 위험한 것은

미디어비평을 해온 필자 입장에서는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씨의 시대착오가 낯설지만은 않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에서 써먹던 구호를 30여년이 지난 2015년 현재에도 ‘독재정권 타도’ 식의 민주노총식 구호를 그대로 외치는 똑같은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KBS, MBC, YTN, EBS, 연합뉴스와 같은 언론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가 바로 그들이다.

한 씨가 지난 달 법을 조롱하며 상식을 뛰어넘는 폭력시위를 하고, 선동할 때 언론노조는 그 폭력집회를 한껏 옹호하고 미화하기 바빴다.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밧줄 사다리로 경찰을 때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을 때 언론노조 쪽 매체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이란 프레임으로 엉뚱하게 경찰에 책임을 덮어씌웠다. 시대착오는 민노총과 한 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언론노조의 강령에는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투쟁에 나선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자본독재를 끝장내자”는 한 씨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민노총 위원장 한씨가 불법폭력 시위로 거리를 누비고 선동하면서 민주주의란 단어로 공권력을 조롱할 때, 언론사에 뿌리박힌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원들은 그런 시위를 미화하고 왜곡하면서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국민을 우롱한다.

이번 집회 정국에서 한 씨의 막장 언행으로 국민이 불편하고 피로한 것은 한 달 정도였지만 언론노조의 반정부 보도투쟁이나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파괴하는 막장 파업의 후유증은 정확히 말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씨의 불법행위는 누가 봐도 명백하고 그래서 재발을 막기도 쉽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쥐고 흔드는 공영방송이나 각 언론사의 편향보도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고 그만큼 부정적 영향과 위험도 크다. 지금 한 씨 때문에 언론이 민주노총을 새삼스레 조명하고 있지만 거기서 그쳐선 곤란하다. 진짜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어야 할 대상은 민주노총 산별노조 중에서도 특히 언론노조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