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속 체질 개선과 미래 먹기리 발굴 목표 명확
내수 벗어난 해외 매출 비중 확대 및 파이프라인 성과 기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새 성장 축으로 삼으면서 오너 3·4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인 내수 제약 시장과 잇단 약가 인하 속에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해지면서 차세대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조직 쇄신을 진두지휘하는 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 국내 제약사들이 R&D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새 성장 축으로 삼으면서 오너 3·4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사진=일동제약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 종근당그룹, 동화약품, 국제약품 등 전통 제약사들은 최근 오너 3·4세를 중심으로 한 인사·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창업주 3세인 윤웅섭 대표이사를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세대교체에 나섰다. 윤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40대 초반 임원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R&D 중심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를 지향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확충과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과 중국·동남아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 회장 체제는 이러한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는 오너 3세 직접 지휘 체제에 가깝다는 평가다.
종근당그룹은 창업주 이종근 회장의 손자이자 이장한 회장의 장남인 이주원 이사가 올해 상무로 승진하며 승계 구도가 한층 명확해졌다. 2018년 종근당산업 사내이사로 입사한 이 상무는 마케팅·영업이 아닌 개발기획과 R&D 전략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종근당은 심혈관질환 신약 후보물질 ‘CKD-510’을 스위스 노바티스에 최대 1조7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을 입증한 데 이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플랫폼 연구와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연구단지 조성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상무가 향후 그룹의 R&D·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후계자로 성장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오너 4세인 윤인호 사장이 유준하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윤 대표는 재경·전략기획·OTC 총괄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COO를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신사업 TF를 출범시키고 의료기기·헬스케어·해외 약국체인 인수 등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사장은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로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장기적으로 내수 일반의약품 중심 구조를 벗어나 글로벌·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잇단 신규 투자로 영업이익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R&D 투자 비중이 줄어든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 남태훈 국제약품 부회장./사진=국제약품

국제약품은 오너 3세인 남태훈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회사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미래를 이끄는 핵심 프로젝트 실행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점안제 프로젝트와 BFS(단일용량 무균) 설비 증설, 개량신약 중심 R&D 강화, 글로벌 안과 파트너십 확대 등을 5대 전략 과제로 제시했다. 녹내장 치료제 ‘TFC-003’ 임상 3상과 레바미피드 점안제 등을 앞세워 일본·중국·대만 등 아시아 안과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노리면서 제네릭 의존도를 줄이고 신약·개량신약 중심의 성장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오너 3·4세 승계 작업의 배경으로 △약가 인하와 내수 정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자본 격차 △신약·바이오·디지털헬스 등 신사업 발굴 필요성을 꼽는다.

그동안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발목을 잡았던 글로벌 신약 개발과 대규모 투자 결정도 오너 3·4세 경영 체제에서는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동시에 오너 3·4세 경영 체제가 지배구조를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자본·파트너십 유치에도 수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대교체는 단순한 혈연 승계가 아니라 R&D와 글로벌 진출을 전제로 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각 사 오너 3·4세가 향후 5~10년 안에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와 해외 매출 비중 확대 등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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