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히말라야' 스틸컷

[미디어펜=황국 기자]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참신한 소재, 잘 짜인 각본, 안정적인 연출.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면 결과는 빛을 발할 것이다. 하지만 세 가지 요소에 더욱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터.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여덟 명의 배우들이 뭉쳤다. 이는 영화 ‘히말라야’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이끌어낸 황정민, 뒤늦게 빛을 본 정우, 개성 넘치는 연기로 사랑을 받아온 김인권, 유일한 홍일점 라미란 까지. 이들의 연기경력을 합치면 50년을 훌쩍 넘길 정도다.
 
주인공 엄홍길 역을 맡은 황정민은 주위의 만류에도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의 시신을 찾아 나선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뇌에 찬 대장의 모습을 감동적이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그려낸다. 그의 유연한 연기력에 관객들은 황정민이 아닌 인간 엄홍길에게 빠져든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는 열혈사나이 박무택 역의 정우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는 존재감을 나타낸다. 구수한 사투리 연기와 유쾌함 뒤에 감춰진 진중함은 정우의 완전한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2015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던 라미란. 그는 원정대의 홍일점 조명애 역을 맡아 남성대원들 틈에서도 이질감 없는 캐릭터와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해준다. 특히 그동안의 작품에서 주로 보여줬던 드세고 독특한 성격이 아닌 잔잔하고 무난한 모습에서도 특유의 아우라를 드러내며 왜 자신이 방송, 영화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지를 입증하고 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력 속에는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난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작품을 위해 사전 산악훈련을 직접 받으며 히말라야 원정대원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런 열정에서 나오는 모습은 연기의 영역을 넘어선 진실된 감동을 전한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미 있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은 장단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유발하기에는 좋은 여건으로 작용한다. 반면 실화이기 때문에 현실감을 지나치게 벗어난 과한 픽션이 첨부된다면 보는 이들의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히말라야’는 전자와 후자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지켜냈다.
 
좋은 재료, 쾌적한 환경, 그리고 최상의 실력을 갖춘 요리사, 거기에 감동과 실화라는 충무로 불변의 흥행코드까지, ‘히말라야’는 이런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패를 모두 가지고 있다. 히말라야 산에서 펼쳐질 가슴 뭉클한 감동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낼 전망이다. 
 
한편 ‘히말라야’는 오는 16일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