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각을 세우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실신정당이 된 모양새다. 양보없는 전쟁속에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론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도 분열양상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을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안철수의 표심 계산에 분주하다.

의원들은 문재인·안철수 중 한 명이라도 놓치면 선거에서 필패라는 공식에 안절부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경우 전통 야권지지층에 15%, 안철수 전 대표는 중도·무당층의 8%의 고정표를 가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이 갈라서면 어느 한쪽의 표가 날라 가는 낙선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의원들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중 한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앞에 놓여 있다. 특히 5%내의 당락 여부가 결정되는 수도권 의원들은 더욱 몸이 달았다. 10일 40명에 가까운 수도권 의원들은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대위 구성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만들어 문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면담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다.

   
▲ '양날의 검' 겨눈 문재인·안철수…표 세는 의원에 국민은 '분통'.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불통으로 제 1야당은 실신정당이 됐고 국회는 입법 기능이 무너지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주류측은 문재인 대표 사퇴시 개혁성향 지지자의 이탈을 경고했고 안철수 전 대표측은 “선거만 끝나면 연대 정신을 토해 버린다”며 주류측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안철수의 갈등이 주류와 비주류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표직 버티기가 계속되자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퇴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 불참한데 이어 최재천 정책위의장마저 사퇴로 압박에 나섰다.

10일 문재인 대표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문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한 안은 어떤 것이든 이탈표를 막을 수 없다”며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 “안 전 대표는 정치기부자의 행위를 계속해 왔다. 탈당이냐 아니냐 보다는 자신을 또한번 버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는 희망사항을 에둘러 표현했다.

같은 날 안철수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표는 (당권을) 단 1초도 안 내려 놓으려고 한다”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바로 변신하겠다는 것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선거 정국에서만 안 전대표와 연대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 정치적 전망이 맞지 않으면 철수했다고 하는 등 연대 정신을 토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도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지며 쏟아내는 논의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비상대책위 구성에서 안철수 전 대표측은 문재인 대표의 오낮ㄴ넌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측 관계자는 “비대위가 나눠 먹기가 아니어야 하고 혁신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추진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를 반대하고 있다. 비주류측은 “문재인 대표는 혁신전대를 당권경쟁으로 헐뜯지만 우리는 절대 당권경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야권 대통합과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제 1야당이 실신상태에 빠지면서 당내 문제뿐만이 아니라 입법 기능까지 식물상태에 빠졌다. 막장으로 치닫는 당 내분 속에서도 일부 의원들의 표 걱정부터 하고 있다. 민생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선거구 획정은 고사하고 노동개혁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 안보와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발목 잡혀 있다.

이미 19대 정기국회는 어제로서 막을 내렸다. 하루 빨리 임시국회를 열어 절대 필요한 법안이라도 심의하고 처리해야 한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이미 씻을 수 없다. 그래도 더 이상 국민을 절망케 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의 표도 결국 국민의 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