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100% 장치 산업의 한계…수요 감소가 곧 수익성 악화
탈탄소 전환까지 남은 시간, 산업의 생존 갈림길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지난해 국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추가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SOC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시멘트 산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내년에도 침체 흐름이 이어지며 수요는 약 3600만 톤으로 1%가량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0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시멘트 수요는 약 365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년에도 침체 흐름이 이어지며 수요는 약 3600만 톤으로 1%가량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산업은 그동안 ‘안정적인 내수 산업’으로 분류돼 왔지만 출하량 감소가 일시적 부진이 아닌 장기 추세로 굳어질 경우 설비·환경 투자와 산업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멘트는 100% 내수 기반의 장치 산업이라는 제품 특성상 해외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규모 설비를 전제로 한 연속 공정 구조로 단기간에 생산량을 줄이거나 설비를 유연하게 조정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수요 감소는 곧바로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업계에서는 출하량 감소 국면에서도 공장 가동을 멈추기 어려워 원가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핵심 설비인 소성로는 고온을 유지해야 하는 연속 공정이라 수요가 줄어도 쉽게 멈출 수 없다”며 “가동을 중단하면 재가동 비용과 설비 손상 위험이 커져 오히려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시멘트 산업이 겪어온 경로와도 겹친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건설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급감했고, 이후 공장 통폐합과 설비 감축이 반복됐다. 

하지만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는 특성상 구조조정 속도는 수요 감소를 따라가지 못했고, 투자는 지연되며 산업 전반이 축소 국면에 고착됐다. 현재 일본 시멘트 산업은 내수 회복을 전제로 한 성장 전략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에서도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택 착공 물량 감소와 공공 발주 위축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내수 반등을 전제로 한 대응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탈탄소 설비 전환이 향후 산업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국내 시멘트사들은 2030년을 목표로 연료 전환, 폐자원 활용 확대, 공정 효율 개선 등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해 12월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에서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SCR) 가동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SCR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효과적인 방지시설이다.

다만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될 경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지속할 체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탈탄소 전환에 성공하면 산업의 체질 개선이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 일본처럼 축소 국면에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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